금투세 내년 시행 가능성↑...소득세법 개정안 폐기 위기
증권가 “동력 약화 불가피...연말 매물 출회 가능성 경계”
주식 투자자 불안 증폭...“밸류업 프로그램 끝날까 불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해찬·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 후보들이 10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4·10 총선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이하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주장해온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폐지가 난관에 봉착했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2대 총선 개표 결과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민주당·민주연합이 175석, 국민의힘·국민의미래가 108석을 차지했다.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은 조국혁신당은 비례로만 12석을 확보해 '원내 제3당'이 됐다. 개혁신당은 지역구 1석을 포함해 3석을 차지했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22대 총선에서 300석 중 비례대표를 포함해 108석을 얻어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간신히 넘기는 데 그쳤다. 탄핵 역풍이 거셌던 21대 총선에서 103석을 얻은 것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숫자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175석, 조국혁신당 12석 등 범야권은 19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얻었다.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들이 '총선 이후 입법'을 전제로 발표된 것을 감안하면, 정부합동 경제정책방향 또는 24차례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조치들도 상당 부분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제22대 총선 투표결과표. 이미지=뉴시스

특히 현 정부에서 폐지를 추진하는 금투세가 내년에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의 수익 합계가 5000만원 이상일 경우 20%, 3억원을 초과할 경우 25%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당초 금투세는 2020년 여야 합의로 도입 법안이 통과돼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금융투자업계와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일면서 여야는 금투세 도입을 2025년으로 2년간 유예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17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금융 관련 세제도 과감하게 바로잡아 나가고 있다”며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상향과 금투세 폐지 등을 공언했다. 

세법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입법을 거쳐야 한다. 일정 부분 '시행령 카드'를 통한 정부 재량이 있지만 큰 틀에서는 입법이 필수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도 금투세 폐지를 위해 소득세법의 재개정을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여권이 총선에서 다수석을 얻는 데 실패하면서, '부자 감세'라며 야권의 반발을 사는 금투세 폐지 등의 정책들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 법안(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반대해 통과되지 않고 폐기될 상황”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금투세 폐지의 발목을 잡는 민주당을 반드시 심판하고 국민의힘이 금투세를 폐지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달라”고 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2월 초 모든 상장주식에 대해 전면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폐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해당 법안은 같은달 19일 국회 임시회에 상정된 뒤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이대로 21대 국회의 임기가 마무리된다면 자연스레 법안은 폐기되는데, 총선 결과에 따라 해당 법안의 본회의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총선 패배 원인에 대해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라 생각하고 그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사퇴로 이미 비대위 체제였던 국민의힘에선 또 다시 비대위가 꾸려지게 됐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당을 수습하고 전당대회를 준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증권업계와 개인투자자들도 총선으로 인해 주식시장의 상승 동력이 꺼질까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투세 폐지는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인데 여당의 총선 패배로 난관에 봉착했다"며 "주식 양도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이 작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됐지만, 연말 매물 출회 가능성을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 홍 모씨(35)는 "최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덕에 코스피 내 알짜 기업들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 정책에 제동이 걸릴지 걱정"이라며 "주가를 부양시켜야 하는데 재분배와 복지 중심 정책이 이어지면 투자로 돈을 벌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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