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중견기업 가리지 않고 ‘AI 총력전’ 나서
시장에서 바로 만날 수 있는 AI 제품 대거 등장
“완전히 새로운 건 없었다”는 일부 지적도 나와

삼성전자는 IFA 2024에서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를 주제로 부스를 마련, AI 기술 혁신을 통해 진화한 ‘연결 경험’을 제품과 서비스로 선보였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IFA 2024에서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를 주제로 부스를 마련, AI 기술 혁신을 통해 진화한 ‘연결 경험’을 제품과 서비스로 선보였다. 사진=삼성전자

[이지경제=김용석 기자] 지난 6일 닷새간의 일정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최대 규모의 국제 가전전시회 ‘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Berlin) 2024’가 개막했다. 메세 베를린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가전‧IT기기 등의 시장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과 올해가 행사 100주년이라는 상징성이 더해지면서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 세계 139개국, 2000여개의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행사의 메인은 역시 ‘인공지능(AI)’과 AI가 적용된 신제품의 공개라고 할 수 있다. 작년까지는 회사별로 구축 중인 AI 기술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시제품을 선보이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AI 기능이 탑재된 상용화 제품을 선보이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AI 제품 중심의 트렌드 몰이가 천편일률적이라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아직 일부 제품을 제외하곤 AI의 성능 자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오히려 시장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부문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반대로 AI 기능 자체가 시장의 주류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제품에 활용된 사례가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본격적인 AI 제품 경쟁의 장

먼저 삼성전자는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를 주제로 참가, AI 기술 혁신을 통해 진화한 ‘연결 경험’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참가사 중 최대 규모인 6017㎡의 부스 공간을 마련하고 ‘스마트싱스’ 등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영상디스플레이‧생활가전‧모바일 등 자사의 최신 AI 제품을 대거 전시했다. 특히 삼성은 유럽 시장 맞춤형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에 따라 ‘에너지 리더십존’을 구성, 에너지 소비량을 줄인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여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LG전자는 생성형 AI를 탑재한 ‘AI홈 허브’와 AI 가전으로 ‘고객과 공감하며 고객의 일상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주제로 ‘LG AI 홈’ 솔루션을 공개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한 ‘LG 씽큐 온’은 집안 가전과 사물인터넷 기기를 항상 고객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LG AI 홈 솔루션의 핵심 디바이스다. 여기에 AI 홈 솔루션의 근간이 되는 ‘AI 코어테크’도 선보였다. 모터‧컴프레서 등 LG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하드웨어 기술력에 AI 기술력을 접목해 보다 효과적이면서도 강력한 퍼포먼스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AMD와 CPU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인텔 역시 ‘AI PC’를 대상으로 하는 신형 CPU 칩셋을 전시회 현장에서 공개하며 주연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인텔은 AI 연산 기능을 더한 신제품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시리즈 2(코드명 루나레이크)’ 제품의 출시 소식을 알리며 퀄컴, AMD와 함께 AI PC용 칩셋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루나레이크 공개와 함께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20여개의 글로벌 대형 PC 제조사들도 노트북 신제품에 해당 CPU를 탑재한 제품을 공개하면서 AI PC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LG전자는 올해 IFA 행사에 ‘고객과 공감하며 고객의 일상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주제로 ‘LG AI 홈’ 솔루션 중심의 AI 제품들을 대거 공개했다. 사진=LG전자
LG전자는 올해 IFA 행사에 ‘고객과 공감하며 고객의 일상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주제로 ‘LG AI 홈’ 솔루션 중심의 AI 제품들을 대거 공개했다. 사진=LG전자

◆ “완전히 새로운 것 없었다”는 냉정한 지적도 나와

IFA 2024에서는 앞의 세 업체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AI 기술이 접목된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AI 가전’ 트렌드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로봇청소기 제조사인 로보락도 부스 단위로 행사에 참여하여 올해 플래그십 제품과 신제품을 공개했고, KT 역시 파트너사와 함께 ‘AICT’ 기반의 혁신 기술을 메인으로 한 200㎡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독일 가전 브랜드 밀레도 AI와 순환성을 강조한 신제품 ‘노바 에디션’(의류 건조기)과 ‘가드’(청소기)를 공개하는 등 AI 트렌드를 쫓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AI 중심의 신제품 공개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선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었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기존 상용화 제품에 AI 기능이 추가되거나 다른 제조사와 동일한 AI 기능을 론칭하는 등 배리에이션 자체는 확대되었으나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은 없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이는 대형 부스를 마련한 대기업뿐만 아니라 작은 체험형 부스를 마련한 중견기업들도 모두 동일한 형태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AI 가전으로 분류되는 신제품들은 메인 AI 서비스가 없다면 사전에 입력된 상황을 자동으로 감지해 작동하는 수준을 유지했고, 자체 AI 서비스가 있는 업체의 제품들 역시 동작 및 명령어 인식 등에서 차이가 있을 뿐 모든 것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능동형 AI’와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다. 신형 AI PC를 선보인 업체들 역시 앞서 공개된 인텔의 루나레이크 CPU가 탑재된 제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타 제조사의 AI PC는 디스플레이 크기 정도의 변화만 있는 제품이 신제품으로 등장한 게 전부였다.

◆ 바로 접할 수 있는 AI 제품 이미지 선점 목표

이에 대해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많은 수의 업체들이 완전히 새로운 요소로 기술력을 어필하기보다는 지금 바로 활용이 가능한 기능의 제품을 선보이면서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AI 가전의 경우 제품 구매 후 바로 사용한 제품들이 대거 공개됐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바로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서 행사를 준비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AI가 실제 제품에 적용되는 퀄리티와 속도가 이전 신기술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고 퀄리티가 높다는 점 역시 업체들이 AI 기반 제품들을 대거 선보인 이유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AI의 성능 발전도 시장이 예측한 것보다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고, 결괏값 역시 기대 이상의 고퀄리티의 결과로 나타나면서 제품에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으면 바로 시장 주류에서 뒤처졌다는 프레임이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이유 중 하나로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올해 IFA 2024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지만, 동시에 시장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완성된 형태의 AI 제품들이 가장 많이 나온 행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과거 잠깐 이목이 쏠렸다가 관심이 차갑게 식었던 기술들과 달리 AI는 현재진행형으로 발전하고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IFA 2024를 기점으로 더욱 발전된 제품들이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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