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토론서 투자자 한 목소리..."금투세, 명분 없고 부작용만 클 것"
금감원장 "금투세, 밸류업 프로그램과 상충...시장 유동성 감소 우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5일 한국거래소에서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정석규 기자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이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도입이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과 정면으로 상충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금투세 폐지 의견을 밝혔다. 앞서 개인투자자 대표들이 입을 모아 금투세 폐지를 외침에 따라 힘을 얻은 모양새다. 

이 원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투세와 밸류업은 모두 기본적으로 민생 이슈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금투세 폐지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금투세 폐지라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수년전 설계 당시에는 나름의 합리성이 있었을 수 있지만 현재는 (과세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투세는 밸류업 프로그램과도 정면으로 상충될 수 있다"며 "밸류업은 중장기적으로 자본시장 허들을 낮추고 국민이 투자에 대한 소득을 다시 가져가게 하는 설계인 반면 금투세는 시장 전체의 유동성을 감소시킬 수 있는 세제"라고 강조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 폐지를 '부자감세'라 주장하며 내년 1월 차질 없이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5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시행도 되지 않은 금투세를 폐지하자고 하더니 어제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유예하는 안이 합리적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며 “예정대로 2025년부터 금투세가 차질 없이 시행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반발을 감안해 금투세 시행을 유예하는 선에서 정부와 야당의 절충점을 찾는 방안도 언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금투세 유예는 과하게 얘기하면 비겁한 결정"이라며 "금투세가 자본시장 전체적인 부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금융당국이나 정부뿐 아니라 22대 국회에서도 전향적으로 논의하고 국민을 위한 민생 정책이라는 면을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시 세율 계산. 이미지=전국투자자교육협회

금투세 도입의 부작용은 벌써부터 예고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금투세 도입시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 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의 회사채·금융채·국채·은행채 등에 대한 순매수 규모는 3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16조95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개인 투자자는 올 들어서도 15조원이 넘는 규모의 채권을 순매수하고 있다. 채권 금리 상승으로 투자 매력이 높아진 데다 과거에 비해 채권 투자의 문턱이 온라인 등으로 낮아지면서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채권 투자에서는 이자에만 과세했을 뿐 매매차익에는 과세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내년 금투세가 도입되면 채권 매매 차익도 과세 대상이 될 예정이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채권, 파생상품 등의 소득에 대해 20%(3억원 초과분에는 25%)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이다. 자산별로 세금 공제 규모는 다르다. 국내 주식과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국내 비상장 주식 등에는 손익 통산 연 5000만원까지 비과세지만, 해외주식과 채권, 채권형 펀드, 파생상품 등에는 공제액이 250만원에 불과하다. 채권 매매로 손익 통산 1000만원을 벌었다면 750만원에 대해 20%에 해당하는 150만원을 세금으로 내게 된다.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 현장. 사진=뉴시스

개인투자자들도 지난 25일 토론회에서 하나같이 금투세의 당위성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이하 한투연)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다수의 개인투자자는 금투세 폐지를 원한다. 민주당이 다수당이라 어렵겠지만 한투연은 폐지를 원한다"며 금투세 폐지 청원에 약 6만명이 동의한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금투세는 현재 완벽한 시기상조고, 금융선진국만 도입한 금투세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며 "반드시 올해 안에 폐지하고 금융 선진화 이후에 다시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목 소액주주플랫폼 ‘액트’ 운영사 대표 역시 "금투세는 시장에 불필요한 불확실성을 만들기 때문에 즉시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증권시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채널 '전인구 경제연구소'를 운영하는 전인구 대표는 금투세의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전 대표는 "증세효과 떄문에 금투세를 도입하는 건데, 실상 도입 효과는 낮고 부작용만 크다고 생각한다"며 "부자들은 사모펀드나 자체 법인 설립 등 각종 편법을 쓰면서 금투세를 피해갈 것이고, 국내 주식을 포기하고 해외로 이탈하는 자본도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금투세 자체의 불공정 요에 대해서도 "외국인과 기관은 금투세를 적용하지 않는데, 세부 규정을 보면 세금을 안 내도 되는 요건이 많이 보인다"며 "더불어 금투세는 원천징수를 한다는데, 이로 인해 개인투자자는 자산을 각자의 주요 계좌 외에는 운용할 수 없기 떄문에 증권사들의 양극화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방청객 질의에서도 "금투세가 시행된다면 이중과세 성격인 증권거래세는 폐지가 되거나 완화돼야 (한국) 증권시장의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여러 투자자들의 의견에 대해 "금투세 시행 계획과 (증권)거래세 관련 조정 계획에 대해 정부 내에서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종합적인 고려를 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제도를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시장과 투자자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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