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 활용한 게임유통업 10일부터 서비스 시작…첫 단추는 SIE 콘솔 게임들
밸브 ‘스팀’의 규모와 영향력 막강해 수많은 업체가 도전했지만 실패한 분야
지속해서 확보할 예정인 게임들을 서비스하기 위한 플랫폼 마련에 무게 실려

엔씨소프트는 퍼플의 사업 영역 확대로 게임산업 전반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해 새로운 성과와 효과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이미지=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퍼플의 사업 영역 확대로 게임산업 전반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해 새로운 성과와 효과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이미지=엔씨소프트

[이지경제=김용석 기자] 엔씨소프트가 지난 10일부터 온라인 게임 구동 클라이언트 ‘퍼플’을 통합 게임 플랫폼으로 확장 운영하기 시작했다. 특히 첫 번째 론칭 타이틀로 ‘플레이스테이션5’로 유명한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의 게임들을 서비스하기 시작하면서 사용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엔씨 측은 서비스 확대와 함께 신규 라인업 출시, 향후 일정 등을 추후 공개하며 콘텐츠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엔씨는 퍼플을 ‘통합 게임 플랫폼’으로 배급 파트너 개발사를 위한 ▲게임 빌드 배포 ▲스토어 세팅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또 신규 타이틀 출시에 맞춰 ▲클라우드 세이브 ▲업적 시스템 등 이용자 편의를 위한 여러 기능도 추가해 기존에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기능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에서는 엔씨가 게임 개발뿐만 아니라 서비스 분야에서도 여러 가능성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서비스가 이어지고 있고, 여러 업체와 협력을 이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의 플랫폼인 퍼플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오히려 없다는 것이다.

◆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사례는 ‘스팀’

게임 플랫폼 사업에 있어 가장 큰 성공 사례는 역시 밸브의 ‘스팀’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FPS 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애드온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스팀은 현재 글로벌 PC 게임 시장의 70%, 콘솔 게임까지 포함하는 전체 게임 시장을 놓고 보더라도 3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글로벌 영향력 1위 플랫폼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스팀의 경우 글로벌 1위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은 이후에도 지속해서 성장을 하면서 압도적인 사용자 풀을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팀에서 작년에 출시된 게임의 숫자만 해도 1만4582개이며, 동시 접속자 수 역시 올해 초 3368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과거 단일 게임의 애드온 프로그램에서 세계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플랫폼으로 성장을 한 것이다.

이런 스팀의 시장 규모와 영향력은 밸브의 새로운 도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지난 2022년 출시 후 현재까지 UMPC 시장을 주도했다고 평가받는 ‘스팀 덱’이다. 게임과 관련한 어떠한 연계 사업이나 관련성이 없는 업체가 UMPC를 만들었다면 큰 호응을 끌어내기 힘들었겠지만, ‘밸브가 휴대용 스팀 전용 기기를 판매한다’는 소식 하나에 출시 2년 만에 글로벌 판매량 350만대 이상을 달성하는 성과를 내는 등 사업 진행에 있어 스팀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게임유통업 도전 이전부터 퍼플을 활용한 온라인‧모바일 게임의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는 등 기능 향상에 집중해온 바 있다. 이미지=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이번 게임유통업 도전 이전부터 퍼플을 활용한 온라인‧모바일 게임의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는 등 기능 향상에 집중해온 바 있다. 이미지=엔씨소프트

◆ 여러 업체가 도전했지만 성과는 아쉬운 부분 많아

물론 이런 스팀의 성공을 보고 많은 업체들이 플랫폼 시장이 도전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것이 현실이다. 스팀과 비교해 저렴한 수익 정산 수수료, 일부 플랫폼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점 타이틀, 영상 녹화 및 송출 기능과 게임 최적화 기능 등 여러 부가적인 요소가 더해졌지만, 스팀의 압도적인 사용자 수를 가져오는 데는 실패했다.

그나마 가장 성공적인 후발주자로 평가받는 에픽게임즈의 ‘에픽스토어’나 먼저 플랫폼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던 유비소프트(유플레이), EA(오리진) 등 규모 있는 업체들 모두 스팀과 자사의 플랫폼을 병행 이용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일부 게임 타이틀에 대해서는 독점 플랫폼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서비스 게임에서 스팀과 같이 서비스를 이어가거나 스팀에서 게임을 실행할 때 자사의 플랫폼 클라이언트가 필수로 구동하도록 하는 등 가까스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 여러 플랫폼 업체의 형태보다는 인디게임 플랫폼인 지오지닷컴과 같이 특정 유저층을 겨냥한 특수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시장 확대까지는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스마일게이트의 ‘스토브’가 플랫폼 사업을 같이 했지만, 현재는 자사의 온라인 게임 외엔 인디게임 중심의 플랫폼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한 상태다.

◆ 그럼에도 도전 이유는 지속 확보할 게임의 서비스 때문?

이럼에도 엔씨소프트가 플랫폼 사업에 나선 이유에 대해 업계에선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로는 이리 여러 업체와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플랫폼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작품에 대한 보다 원활한 협력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미 텐센트와 아마존게임즈 등과 게임 퍼블리싱 등 계약을 진행하면서 여러 작품에 대한 협력을 진행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IP 활용 계약으로만 알고 있던 SIE와의 협력 관계가 플랫폼 사업의 콘텐츠 제공으로 이어지면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엔씨소프트가 지분 투자 등을 통해 신규 IP를 확보하고, 자사와의 협력 아래 서비스를 이어가기 위해 여러 업체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 타이틀들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서비스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미 ‘문 로버 게임즈’와 ‘빅게임스튜디오’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고, 베트남에 합작법인 ‘NCV 게임즈’를 설립하는 등 IP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어 이를 플레이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워낙 스팀이라는 성공 사례가 있어 긍정적인 전망은 계속해서 나오지만, 다른 많은 업체도 플랫폼 사업에 대한 계획은 장밋빛이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될 것”이라며 “물론 엔씨 역시 장시간 글로벌 서비스도 해왔던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 어느 부분에 장점이 있고, 어느 부분이 약한지 자기 객관화가 뚜렷할 것이기 때문에 기존 게임 배급 서비스와 다른 서비스 형태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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