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정기 예·적금 한 달 새 15조원 증발
연 최고 9.5% 우대금리 등 파격적인 조건 제공
과도한 수신금리 경쟁에 대출금리 인상 우려도

서울 시내에 은행 ATM 기계가 나란히 설치된 모습.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최희우 기자] 최근 주요 은행들이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정기 예·적금이 한 달 새 약 15조원이 빠져나갔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873조3761억원으로 지난 2월보다 12조8740억원(1.5%) 감소했다. 정기적금 잔액은 31조3727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8478억원(5.6%)이나 줄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의하면 지난 2월 예금 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 금리는 연 3.63%로 전달 대비 0.05%포인트(p) 내렸다. 지난해 11월 3.99%까지 치솟았던 금리가 기준금리(3.5%) 수준까지 내려앉은 셈이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달 30일까지 예·적금 가입 이력이 없는 손님을 대상으로 금리우대 쿠폰을 제공한다. 금리우대 쿠폰을 통해 '하나의 정기예금'을 가입하면 연 최대 3.85%, '내 맘 적금'은 최대 5.95%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예금과 적금 각각 10만좌 한정으로 제공되고 한도 소진 시 자동 종료된다.

수협은행은 지난 2일부터 연 최고 4.5%의 '헤이(Hey)적금'을 3만좌 한정으로 출시했다. 금리우대 조건도 자동이체 납입과 마케팅 동의로 문턱이 낮아 쉽게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헤이(Hey)정기예금'은 별도의 조건 없이 연 최고 3.65%를 받을 수 있다.

기업은행은 2020년 초저금리 특별대출 고객 3500명을 대상으로 5.8%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연 최고 9.5%의 금리를 받는다.

케이뱅크도 정기예금 특판을 하고 있다. 기존 고객 10만명, 신규 고객 2만5000명 한정으로 응모에 당첨되면 최고 5%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은행들이 잇따라 예·적금 특판에 나선 건 급격한 자금 이탈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예금은행의 원화 예금은 196조4188억원으로 전월 대비 28조8676억원 줄었다.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 예·적금도 14조7218억원 감소했다.

예·적금이 급격히 줄면서 예대율도 기준치를 넘어섰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평균 예대율은 111.4%에 달한다.

정기 예금 잔액에서 자금을 빼고 일단 묶어두려는 수요도 늘었다. 파킹통장 등 수시 입출금식 통장 잔액이 늘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47조8882억원으로 33조6226억원(5.5%) 급증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예·적금 선호도가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투자처로 자금이 유입될 수 밖에 없다"며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 은행 내부에선 당분간 특판이나 이벤트 등을 계속해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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