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허용’ 공약 이행 방안 검토
자본시장법 개정하려면 수개월...기초자산 해당 유권 해석 시도
홍콩 ‘비트코인 현물ETF’ 승인 전망...브라질·영국에서도 급물살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야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가상자산 관련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 허용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면서 글로벌 코인 시장은 성장의 길이 열렸다. 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의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이날 위원회는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상품(ETP) 다수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현물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ETF다. 2021년부터 있었던 기존의 비트코인 선물 ETF는 비트코인을 직접 매입하지 않고 관련 선물만 다뤘다. 반면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을 시가에 맞춰 실시간으로 매입한다는 차이가 있다

SEC 관계자는 "우리가 현물 비트코인 ETP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는 점이 비트코인을 승인하거나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은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의 가치와 관련된 다양한 리스크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는 불가능하다. 올해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며 거래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으나 당국이 중개 거래를 불허하며 막아섰다.

금융위원회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금융위는 지난 1월 국내 증권사가 해외에서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대통령실이 "금융위에 방향성을 갖지 말도록 얘기한 상태"라고 밝힌 후 금융위 역시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섰다. 5월 방미 계획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2월 기자간담회에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과 만나 가상자산 이슈, 비트코인 현물 ETF 등 눈높이를 맞출 부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에 민주당은 총선 당시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과 상장·거래 등을 허용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도 편입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투자 소득 과세를 규정의 정비 완료 이후로 연기하겠다는 공약으로 절충안을 내놓았다.

우선 민주당은 ETF 기초자산의 개념에 대한 유권 해석 변경 시도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다. 거래 허용에 이르는 최적 루트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앞서 지난 1월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ETF 기초자산의 개념에 대한 금융위의 유권 해석이 바뀔 경우 빠른 승인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11개의 상장을 승인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지문. 이미지=SEC

만약 금융위가 현행과 같은 비트코인 ETF 규제 방침을 고수할 경우 민주당은 자본시장법 개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경우 상임위 구성과 개정안 발의, 소위원회 논의와 본회의 표결 등 여러 일정을 거쳐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최종 승인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글로벌 추세에 맞춰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앞다퉈 관련 법안이 발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비트코인 현물 ETF는 미국에 이어 홍콩까지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선진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이어 홍콩 증권선물위원회가 오는 15일까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또 브라질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승인했으며, 조만간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거래를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영국 금융감독청도 올 2분기부터 비트코인, 이더리움 기반 ETN(상장지수증권)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요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논의가 빨라지고 있다”면서 “홍콩은 2분기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가 예상되고, 한국은 하반기에 도입 공론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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