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기획] 추락하는 메타버스, 현황과 전망은 ① - 황금기
로블록스·제페토 등 기존 플랫폼이 사용자 끌어모으며 기반 다져
코로나 팬데믹 상황 더해지며 ‘비대면으로 즐기는 콘텐츠’로 주목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급부상...정부·지자체까지 나서 집중 투자

누구나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범용성과 글로벌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사용자 수는 로블록스가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자리잡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미지=로블록스
누구나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범용성과 글로벌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사용자 수는 로블록스가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자리잡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미지=로블록스

[이지경제=김용석 기자] 최근까지 미래 먹거리 산업이자 IT업계의 대표 창업 아이템 중 하나로 손꼽히던 ‘메타버스’가 시장의 외면을 받으며 추락하고 있다. 사실상 과거 유비쿼터스, 디지털 컨버전스, NFT 등 먼저 사장된 산업과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 단독 행사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지원도 이어졌던 메타버스의 현황은 특정 플랫폼을 제외하곤 사실상 메타버스를 직접 만들고 있는 당사자조차 제대로 이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이렇듯 지금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메타버스이지만,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지속적인 투자와 활용이 예고되었을 정도로 긍정적인 시장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현재 상황을 예측했던 전문가들도 없던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성장 가능성과 활용성 등이 더 큰 주목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도 막대한 접속자 숫자와 매출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의 성적을 보면 이런 분석 무작정 나온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은 도대체 왜 발생한 것일까. ‘이지기획’에서는 국내 메타버스 산업의 현황을 다시금 점검하고, 미래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는 메타버스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핑크빛 미래가 가득했던, 산업의 황금기로 평가받는 2023년 이전까지의 상황을 살펴본다. 가파른 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던 시장 분위기 속에서 업계는 무엇을 놓쳤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 로블록스, 제페토 등 성공 사례 등장하며 산업계 핫이슈로

메타버스의 뜻은 여러 곳에서 자신들만의 분석을 어필하고 있지만, 대중에게는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것’으로 폭넓게 인식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직접적인 요소가 없다고 하더라도 가상현실로 구현한 여러 형태의 콘텐츠를 통칭하는 단어로 확대되어 활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로블록스’와 ‘제페토’ 등으로 대표되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이해 난이도를 낮추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표적인 메타버스로 언급되는 로블록스는 2005년 첫 등장한 플랫폼으로, 이전까지는 간편하게 게임을 만들고 이를 사용자와 공유하는 ‘게임 메이커’ 형태의 모습을 보였던 플랫폼이다. 하지만 2017년부터 사용자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2022년부터는 개발사가 직접 ‘메타버스 플랫폼’을 표방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위상과 규모를 만들게 됐다. 현재 로블록스 내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체험)의 수만 해도 5000만개 이상이며, 월간 활성화 이용자(MAU) 역시 2억1600만명을 기록하며 대세 메타버스 플랫폼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은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제페토라 할 수 있다. 제페토는 2018년 출시된 플랫폼으로 얼굴인식과 증강현실, 3D 기술 등을 이용해 아바타를 생성해 다른 이용자와 소통하거나 여러 가상현실 기반의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과 비교해 친구와 소통할 수 있는 SNS 요소가 강조된 것이 특징이며, 여러 산업과 컬래버레이션에 기반한 패션 아이템 등을 꾸준히 선보이면서 글로벌 MAU 2500만명을 기록했다. 특히 해당 기록은 국내 MAU가 120만명을 간신히 넘긴 것과 비교하면 글로벌 시장 공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제페토는 친구와 SNS하듯 즐기는 콘텐츠와 AR 기능, 패션 분야에 집중돼 있는 외형 아이템 등이 더해지며,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에서 사용자를 대거 확보하고 있다. 이미지=네이버제트
제페토는 친구와 SNS하듯 즐기는 콘텐츠와 AR 기능, 패션 분야에 집중돼 있는 외형 아이템 등이 더해지며,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에서 사용자를 대거 확보하고 있다. 이미지=네이버제트

◆ 코로나 시국 더해지며 메타버스 더욱 주목받아

메타버스 플랫폼의 인기는 Z세대를 시작으로 알파 세대로 이어지는 사용 패턴이 시장에 자리 잡으면서 독점적인 플랫폼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역할 놀이에 있어 배경 조성 정도로 활용되었던 플랫폼별 ‘제작’ 기능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시기적인 상황이 더해지면서 사용자가 집중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이 만나 진행해야 하는 활동과 이벤트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면서, 이에 대한 대체제로 여러 환경을 직접 만들 수 있는 메타버스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로블록스와 제페토, 마인크래프트 등을 활용한 메타버스 콘텐츠의 경우 여러 창구를 통해 참여형 맵이 업로드되면서 콘텐츠 제공자와 사용자 모두에게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로블록스의 경우 이미 많은 알파세대 사용자가 게임 플랫폼으로 이용하던 상황이었기에, 콘텐츠를 실제로 플레이하면서 정보 및 내용을 습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직접 체험하며 콘텐츠를 습득한다’는 목표를 충실히 달성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에 비대면으로도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 기반의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도 이어졌다. 이전까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에 대해 기성세대들은 ‘혼자서 게임에 과몰입한다’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메타버스를 통해 비대면으로도 충분히 사람과 소통하며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새롭게 생겨난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정부 및 관련 기관의 콘텐츠 제작 의뢰와 활용 사업 도전으로 이어지는 실마리가 됐다.

◆ 기존 플랫폼 확장에서 독자 플랫폼 사업으로 발전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직접 확인한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메타버스를 적극 언급하기 시작했다. 신사업 육성 항목에 자연스럽게 메타버스 기반 콘텐츠를 추가했고, 메타버스 내 콘텐츠 제작을 주력으로 하는 스타트업 등을 타깃으로 한 지원사업이 등장하는 등 여러 형태로 사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는 일부 스타트업이 진행하고 있던 메타버스 내 콘텐츠 제작 산업이 산학협력 벤처 업체로 확장되는 계기가 된다.

또 일부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을 중심으로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콘텐츠가 아닌, 독자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과거 2022년 말까지는 기존에 서비스 중이던 플랫폼 내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활용하는 형식으로 사업이 진행되었다면, 202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독자적인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제시하는 정부 사업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한 IT업계 관계자는 “2023년 이전에도 독자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대한 요청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개발 자원 확보 및 프로젝트 기간 구성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실제 사업을 수주했던 업체가 없다시피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2023년 이후에는 더욱 많은 예산과 혜택이 정부 등을 통해 배정되면서 독자적인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에 기업과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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