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로봇으로 인력난 및 온열 산업재해 해결" 기대

에니아이 햄버거 조리 자동화 로봇, 알파그릴의 모습. 사진=에니아이
에니아이 햄버거 조리 자동화 로봇, 알파그릴의 모습. 사진=에니아이

 [이지경제=김선주 기자] 40도가 웃도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주방 조리업 종사자들은 여름 한낮 더위에 취약하다. 주방은 뜨거운 불 앞에서 고기를 굽거나 치킨을 튀기는 등 힘든 일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식재료를 손질하고 기름때 묻은 후드 청소를 하는 것도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몫이다. 냉장고와 가스레인지의 열기는 이미 뜨거운 주방의 온도를 더 높인다.  

지난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의 ‘온열질환 산업재해 발생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7년(2016~2022년)간 온열질환으로 인한 산업재해는 총 192건이다. 온열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직종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온열질환 예방 안내 등의 조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식업계는 이러한 환경 개선을 위해서 주방업무 일부를 자동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조리 로봇이 기존의 반복적이고 힘든 업무를 대신하고 직원들에게 더 나은 근무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주방에 도입되고 있는 추세다.

해방촌 맛집으로 잘 알려진 수제버거 브랜드 ‘더백(THE 100)’은 지난 5월 에니아이의 햄버거 로봇 ‘알파 그릴’을 매장 2곳에 들였다. 시간당 최대 200개의 패티를 굽는 AI 로봇 ‘알파 그릴’은 양면 동시 조리 기법을 이용해 조리 속도가 일반적인 패티 조리 방법보다 2배 이상 빠르다는 설명이다.

서창백 더백 대표는 “로봇 도입 후 패티 조리 시간이 4분에서 1분 이내로 단축됐다”며 “햄버거에서 시간이 제일 오래 걸리는 패티를 로봇이 구워 직원들이 뜨거운 불판 앞에 서 있는 시간이 줄었다”고 말한다.

교촌에프앤비는 일부 가맹점에서 치킨을 튀기는 조리용 협동 로봇을 도입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뜨거운 기름 앞에 서서 치킨을 튀기는 일은 화상의 위험이 있는 고강도의 일이다. 조리가 시작되면 튀김이 뭉치지 않게 중간에 바스켓을 흔들어줘야 하는데 이를 로봇이 대신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근무 환경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웰스토리 역시 본사 구내식당에 로봇이 음식을 조리해 제공하는 조리 로봇 전문 코너 ‘웰리봇’을 오픈했다. 조리 로봇 도입을 통해 조리원의 업무 강도 문제를 해결하고 뜨거운 국물을 가열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화상·화재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우수급식·외식산업전에서는 급식 종사자의 건강과 노동 및 근무환경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조리 로봇, 전기주방, 환기설비 등 산업 종사자들의 환경개선을 위한 특별관을 선보이기도 했다.

실제 조리 로봇은 단순 반복되는 업무를 해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업계는 강조한다. 몇 년째 계속되는 인력난으로 일손이 귀해진 가운데 고용주는 직원들을 위해 더 나은 근무환경을 제공하고 장기근속을 유도해야 한다. 조리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힘든 파트를 자동화해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를 올리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조리 로봇은 체력적 소모를 덜어줄 뿐만 아니라 일하는 직원의 정신적 스트레스도 줄여준다”며 “주문이 밀려오는 시간에는 오더 확인 후 조리를 하고 플레이팅을 하는 등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 업무를 해야 한다. 사람은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심리적 스트레스로 작용하지만 로봇은 설정한 매뉴얼대로 일정한 속도로 일관된 품질의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키친로봇업계 관계자는 “주방의 단순 반복 업무를 로봇이 대신해 인력난과 산재위험 모두 줄일 수 있다”며 “프랜차이즈 외식기업에서 문의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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