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개선 목표로 대형업체는 분사, 중견은 개발사 인수 나서
경기침체 이어지면서 인수‧분사 속도 내는 업체 증가할 전망
업계 전문가 “각 회사별로 상황에 맞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

넥슨은 개발 스튜디오 민트로켓의 신규 법인 독립을 결정했다. 100% 자회사 형식으로 분리해 게임 개발을 지원하고 독립적인 의사 결정 등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사진=넥슨
넥슨은 개발 스튜디오 민트로켓의 신규 법인 독립을 결정했다. 100% 자회사 형식으로 분리해 게임 개발을 지원하고 독립적인 의사 결정 등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사진=넥슨

[이지경제=김용석 기자] 작년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가 올해에도 이어지면서 업체별로 실적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실적 개선과 매출원 확대라는 공통된 이유를 가지고 대형 업체와 중견 업체들이 분사와 인수라는 상반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이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의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형 업체로 분류되는 엔씨소프트와 넥슨, 크래프톤 등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개발 스튜디오를 분사하거나 아예 비개발 부분을 나눠 분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미 임시 주주총회 등을 통해 관련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나가고 있다. 이와 반대로 중견 업체로 분류되는 위메이드, 넵튠 등의 업체들은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개발 스튜디오를 인수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에서는 업체별로 실적 개선과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선이 달라서 발생한 전혀 다른 행보로 분석하고 있다. 분사를 통해 각각 개발 독창성과 비게임 부문에 대한 업무 고도화를 끌어내고, 동시에 본사에서 활용되는 지출도 개별 회사로 나눠서 집계할 수 있다는 의견과 이미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입증한 개발 스튜디오를 퍼블리셔가 인수해 불필요한 지출을 막고 신작 개발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작용했다는 의견이다.

◆ 대기업 중심으로 분사 작업 이어지는 중

최근 대형 게임 업체 중 분사로 주목을 받은 업체는 역시 엔씨소프트라 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의 신설회사는 엔씨 QA와 엔씨 IDS 등 2개 비상장 법인으로, 분사 조직 규모는 두 회사 합쳐 약 360명 정도로 알려졌다. NC QA는 서비스 사업 부문 전문 기업으로 기존 ‘엔씨 QA 센터’가 그대로 독립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NC IDS는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사업 부문 전문 기업으로 기존 ▲IT인프라실 ▲유저 그로스 플랫폼 센터 ▲비즈 솔루션 센터 등 3개의 부서가 합쳐져 분사한다.

넥슨의 경우 최근 ‘데이브 더 다이버’로 흥행작을 출시한 개발 스튜디오 민트로켓을 신규 법인으로 분사한다고 밝혔다. 민트로켓은 넥슨코리아의 100% 자회사로 분사하며, 지난 4월 ‘개발 본부’로 승격시킨 결정에 이어 반년도 되지 않아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킨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민트로켓은 구성원들의 동기 부여를 위한 새로운 보상 체계를 비롯해 조직의 목적에 맞는 다양한 제도적, 조직적 변화도 적용할 예정이다. 출시 후 성과에 대한 보상은 물론, 개발 과정에서도 우수 인력에게 충분한 보상이 주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덧붙이기도 했다.

크래프톤은 작년부터 사내 개발 스튜디오를 별도 회사로 분사하고 있는데, 올해 역시 신규 프로젝트인 ‘눈물을 마시는 새’ 개발 인력을 자회사로 이동시키면서 자회사 중심의 게임 개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 회사는 작년에도 렐루게임즈와 플라이웨어게임즈를 법인 형태로 분사한 데 이어 자회사 팁토우게임즈를 모태로 새롭게 옴니크래프트랩스를 설립, 신작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분사 초기에는 회사 내부에서도 분사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으나, 현재까지 크래프톤은 지속적인 개발사 분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위메이드는 나이트크로우의 개발사 매드엔진을 인수해 IP 관리와 개발 역량 강화, 시너지 극대화 등을 더해 매출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진=위메이드
위메이드는 나이트크로우의 개발사 매드엔진을 인수해 IP 관리와 개발 역량 강화, 시너지 극대화 등을 더해 매출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진=위메이드

◆ 중견기업은 반대로 개발사 인수에 속도

위메이드는 최근 자회사 위메이드맥스를 통해 자사가 서비스 중인 MMORPG ‘나이트 크로우’의 개발사인 매드엔진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위메이드맥스는 매드엔진과 주식교환 방식의 인수를 결정했고, 최종적인 인수 작업 마무리는 내년 1월 중으로 예정돼 있다. 위메이드의 매드엔진 인수에 대해 업계에서는 나이트 크로우 등 게임 IP와 개발 역량 확보, 그리고 그룹 내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전략으로 평가했다.

넵튠도 올해 초 이케이게임즈를 인수하면서 게임 개발 역량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케이게임즈는 지난 2014년 설립된 회사로 ‘F급 용사 키우기’, ‘로드 오브 던전’ 등 다수의 작품을 론칭해 작년 기준 138억원의 매출과 3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이케이게임즈는 7개의 내부 개발 스튜디오와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개발 역량을 보강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엔씨소프트 출신 한국인 창업자가 설립한 대만 퍼블리셔 해피툭도 게임사 인수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해피툭은 최근 나딕게임즈의 주식 92.23%를 인수했고 밝히면서 인수 소식을 밝혔다. 나딕게임즈의 경우 온라인 게임 ‘클로저스’로 이름을 알린 개발사이며, 캐주얼 모바일 게임을 지속해서 서비스하고 있는 개발사 마프게임즈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등 개발 역량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 전문가들은 ‘실적 개선’ 위한 업체별 선택이라는 평가

이런 상반되는 업체들의 행보에 대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회사별로 상황에 맞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고 평가한다. 게임 개발 및 서비스 등에 있어 업체별로 처한 상황과 가능성이 다르므로 실적 개선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고 하더라도 상반되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분사를 선택한 업체는 ‘개별 법인의 영업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개선 사항으로 제시했고, 인수를 선택한 업체는 ‘매출 일원화 및 개발 역량 확보’를 향후 시너지 효과로 언급했다.

실제로 엔씨는 분사와 관련해 각 사업 부문별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경영 체제가 확립되고, 핵심 경쟁력 또한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반대로 위메이드는 매드엔진 인수와 관련해 영업환경의 변화 등 외부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효율적인 경영 체계를 갖추고,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영업경쟁력 강화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면서 서로 같은 목표를 위해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별로 실적 개선을 위해 요구되고 있는 사항이 비슷하면서 다르므로 어떤 업체는 인수를, 또 다른 업체는 계열 분리 등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도태되는 산업과 비교하면 게임 개발 및 서비스 부문은 시장 트렌드에 맞춰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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