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프로젝트, 5개 기축통화국 참여..."韓 포함된 의의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 "토큰화 자산, 글로벌 규제 시스템 개발하자"
CBDC 개발도 박차..."10만명 대상 CBDC 활용성 테스트 준비"

한국은행. 사진=정석규 기자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비트코인(BTC)과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이 결제수단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분산원장 등의 기술을 활용해 전자적으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로, 지폐와 동전과 같이 가치가 액면가로 고정되는 ‘법화(法貨)’, 즉 법정화폐다.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지 않는 비트코인이 민간에서 발행되고 가치가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과는 정반대다.

중앙은행이 가상자산 인프라를 구축해 민간 가상자산보다 우위를 지키겠다는 의미에서 각국 중앙은행은 CBDC 발행을 일대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각국 중앙은행, 국제금융협회(IIF) 등과 함께 아고라(Agora)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아고라 프로젝트는 5개 기축통화국(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스위스)과 한국, 멕시코 등 7개국 중앙은행이 참여하는 지급결제 개선 프로젝트다. 기관용 중앙은행 화폐와 예금토큰을 활용해 통화시스템의 개선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행 국가 간 지급 결제는 법률 규제 및 기술 준수요건이 상이하고, 표준 시간대에 차이가 있는 등의 문제가 중첩돼있어 비용이 많이 들고 속도가 느리다는 문제가 있다. 탈세 및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중개기관이 추가될 때마다 같은 절차를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 한계도 있다.

아고라 프로젝트에서는 국가간 지급결제(해외송금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이를 활성화할 수 있을지 살펴볼 계획이다. 이 과정에 토큰화(부동산이나 금융상품 등을 디지털 증표로 변환하는 것)된 예금과 중앙은행 화폐를 사용해 기록 유지와 기록 이전을 동시에 수행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은 ‘아고라 프로젝트가 향후 전 세계가 사용하는 금융인프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3일 프로젝트 참가를 밝히며 "(아고라 프로젝트에서는 )특히 그간 각국이 진행해온 국내 사례 중심의 실험을 넘어 국가간 지급결제(예: 해외송금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주요 5대 기축통화국이 참여할 뿐만 아니라 각 참가국에서 다수의 민간 금융기관이 참여할 계획으로, 개념검증(PoC) 단계를 넘어 실거래 구현 전 단계인 프로토타입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한국은행

한국은행은 아고라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토큰화 자산에 대한 글로벌 규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자산을 토큰화한다는 것은 은행예금을 비롯해 금융상품과 부동산 등을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플랫폼에 기록할 수 있도록 디지털 증표로 변환하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CBDC 상용화를 위한 실험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15일 한은은 ‘2023년 지급결제보고서’를 내고, 올 4분기부터 국민이 직접 디지털 화폐를 체험하는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개최 대담에서 "토큰화 자산을 위한 국제 공동의 규제 프레임워크 개발을 강력하게 제안한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 실거래 실험을 앞두고 은행예금 토큰과 같이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토큰 자산에 대해 국제 공통의 규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 총재는 이를 위해 ▲토큰화 자산에 대한 표준 분류 기준 ▲토큰화 자산 발행자들에게 적용할 표준 정보 공개 및 보고 관련 요구 사항 ▲토큰화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투명한 정보 접근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실행되면 단일 관할권에서 발행된 토큰화 자산이 국경을 넘어 거래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개발 현황도 담겼다. 한은은 2020년 이후 현금 이용 감소세와 경제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 지급결제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CBDC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기관용 CBDC와 예금 토큰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시장 인프라 구축으로 연구 범위를 확대해 왔다. 작년 10월에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민간인 최대 10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예금코인과 기관용 CBDC를 활용하는 아고라 프로젝트에서도 CBDC 관련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기관용 CBDC 테스트는 현행법 및 금융규제의 틀 내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강화하고 이용자 재산권 보호 등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범용 CBDC 관련 기술 연구도 오프라인 결제, 개인정보보호 강화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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