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기획] 황혼기 접어든 용산전자상가, 재개발 이후 부활에 성공할까 ③
서울시 “2030년 이전에 기반시설 조성 마무리...‘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재탄생”
AI·ICT 기반 스타트업·벤처 적극 유치...상반된 전망 “이전에도 신사업 유치 실패”
유통 중심지 역할은 마무리 수순...시대에 걸맞은 ‘新전자상가’ 부활 가능성도 존재

서울시는 용산전자상가 재개발과 관련해 용산국제업무지구와의 연계를 전면에 내세우며 재건축 및 신사업 유치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미지=서울시
서울시는 용산전자상가 재개발과 관련해 용산국제업무지구와의 연계를 전면에 내세우며 재건축 및 신사업 유치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미지=서울시

[이지경제=김용석 기자] 용산전자상가의 재개발은 사실상 올해가 새로운 추진 원년이라 해도 될 정도로 빠르게 준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재개발에 있어 사업권을 가지고 있던 업체가 나서서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면, 이번 재개발은 비단 업체뿐만 아니라 서울시와 용산구 등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재개발 분위기를 이끄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제대로 조성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용산전자상가의 재개발이 수반되어야 하기에,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재개발 이후 용산전자상가는 업무지구 중심의 오피스 구역으로 자리 잡게 된다. 용산구는 재개발 사업자에게 오피스와 주거, 상업 기능을 아울러 개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국제업무지구의 인프라를 서로 주고받기 위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오피스 중심의 구역 조성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입주사와 관련해 인공지능(AI)과 ICT 기반의 신사업 중심으로 스타트업, 벤처기업 등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미 재개발 이전에도 용산전자상가의 넓은 공간을 활용한 신사업 업체 유치 시도가 없던 것이 아니기에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그러면 재개발 이후 용산전자상가의 ‘유통 허브’로서의 역할은 어떻게 될까. 재개발 추진에 있어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인들을 최대한 재수용한다는 계획이 나오기도 했지만, 많은 관계자들은 사실상 유통망으로서 용산전자상가의 역할은 재개발 사업을 끝으로 마무리되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용산전자상가가 조성됐던 초기에 장점으로 주목받은 유통 인프라는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동일하게, 일부 지역은 더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재개발 이후에는 금싸라기 땅을 창고로 사용하는 사업자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법적 분쟁 등 외부적인 이슈 일단락...재추진 속도 내는 재개발

이전에도 여러 번 재개발의 추진과 무산이 반복됐지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재개발을 위한 사전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법적 분쟁 등 외부적인 이슈들이 일단락되면서 서울시와 용산구 모두 재개발을 위한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사실상 2020년 전후로 시작된 용산전자상가의 재개발을 어떻게든 마무리 짓고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해당 구역을 재탄생시키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의지가 강력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재개발의 핵심은 용산전자상가와 국제업무지구를 연계한 개발 전략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AI와 ICT 기반의 신사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일자리와 주거, 나아가 여가생활까지 가능한 곳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들이 오피스와 주거, 상업 기능을 아울러 개발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며, 이미 부지별로 복합개발이 가능하도록 특별계획구역을 지정한 상태다. 본격적인 재개발 작업 착수는 현재 상인들이 남아있는 구역이 존재해 잔여 임대 계약이 모두 마무리되는대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나진상가는 기존 건물의 동선 체계를 그대로 계승, 재개발 사업의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위해 용산전자상가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 4구역과 10구역을 함께 구성해 ‘용산 메타 벨리’를 대표하는 ‘프라임 오피스’로 거듭나게 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용산구는 최근 나진상가 12·13동 부지 지구단위계획(안)을 열람 공고하기도 했다. 해당 지구단위계획은 용산 지구단위계획구역·전자상가 지구 중 특별계획 구역을 지정한 첫 사례이며, 세부 개발계획 수립에 따라 지난 1985년 지정됐던 유통업무 설비가 38년 만에 해제됐다.

용산전자상가 재개발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서울시는 용산역 철도 차량사업소 부지와 주변 지역을 국제업무지구와 적극적으로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과 국내 대기업 유치를 준비 중인 국제업무지구에 함께 성장해 나갈 스타트업·벤처 등 혁신 중소기업을 유입시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재개발 계획이 착실히 진행된다면 2025년 실시계획인가, 2028년까지 기반 시설 조성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공개하기도 했다.

나진상가를 필두로 전자상가 구역에는 최고 25~30층 높이의 업무시설과 오피스텔, 상업시설을 갖춘 건물들로 재건축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미지=용산구
나진상가를 필두로 전자상가 구역에는 최고 25~30층 높이의 업무시설과 오피스텔, 상업시설을 갖춘 건물들로 재건축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미지=용산구

◆ 혁신 기업 유치에 대해서는 의견 엇갈리기도

서울시는 전자상가 재개발 구역에 혁신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신산업 혁신 용도’ 비율을 30%로 조정했다. ICT 기업과 소프트웨어, 디지털 콘텐츠, 스타트업 지원시설 등을 유치하도록 의무화하되 산업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세부 업종을 변경할 수 있게끔 허용한 것이다. 산업 용도를 지정하는 대신 용적률을 완화해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있고, 대신 공공임대 산업시설과 공공임대 상가 등을 기부채납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사업성을 높이는 대신 공공성을 확보해 용산 지역에 남아있는 기존 임대 상인들의 재정착 등을 지원하려는 조치다.

재개발이 진행되면 최고 25~30층 높이의 업무시설과 오피스텔, 상업시설을 갖춘 건물들로 전자상가의 풍경 자체가 바뀌게 된다. 건물 저층부는 개방해 시민들이 건물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고, 국제업무지구로 이동하기 편리하도록 입체 보행교를 설치한다. 여기에 청파로변의 유수지를 활용한 공원도 조성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여가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사업 자체가 개별적으로 진행되기에 전자상가에 새로운 건축물이 먼저 들어서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기반으로 용산역, 국제무역지구까지 하나로 연결해 용산전자상가가 국제업무지구의 역할을 보조하고, 또 지원받는 거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부 용산전자상가 관계자들은 계획안 자체는 긍정적이나 실질적인 업체 유지 절차에 있어서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미 재개발 추진 이전에도 용산전자상가 지역에 신사업 유치를 위한 움직임이 있었고, 이에 대한 성과로 드론과 3D프린터, 로봇 등을 메인으로 하는 공간이 조성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공간들은 결국 해를 넘기지 못하고 사업 정리 수순을 밟았고, 현재는 신사업과 전혀 상관없는 공간으로 활용되거나 신사업 이전 역할인 주차장, 창고 등으로 되돌려진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문정동에 있는 동남권 유통단지 ‘가든파이브’의 예를 들며 상인과 업체 유치에 있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주력 분야 업체들의 유치를 용산전자상가 차원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며 “물론 이번 재개발은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에 이전 실패를 답습하진 않겠지만, 입주사뿐만 아니라 입주사를 찾는 방문객들도 꾸준히 찾을 수 있는 환경과 정책이 같이 준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사업 입주사 유치와 관련, 일부에서는 재개발 이전부터 용산전자상가 부지를 활용한 스타트업 지원 정책은 ‘디지털대장간’ 등으로 최근까지 시도가 없던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사진=서울시
신사업 입주사 유치와 관련, 일부에서는 재개발 이전부터 용산전자상가 부지를 활용한 스타트업 지원 정책은 ‘디지털대장간’ 등으로 최근까지 시도가 없던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사진=서울시

◆ 마지막 남은 용산의 ‘유통 허브’ 역할은 마무리 단계로

용산전자상가의 재개발은 기존 유통·판매만을 이어왔던 구역을 업무지구로 탈바꿈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용산 상인들이 재개발이 완료된 구역에 재입주를 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전자상가의 상징성 중 하나였던 ‘IT 분야의 유통 허브’로서의 역할은 끝났다는 평가다. 실제로 대규모 물량을 소화하던 일부 업체는 용산에 아직 남아있지만, 대부분 용산 외 지역으로 자리를 옮겨 영업을 시작했기에 이미 상당수의 물량이 용산에서 출발하지 않는 형국이다.

물론 현재도 여러 업체가 제품을 보관하는 물류창고를 용산에 두고 있고, 몇 년 전부터 국내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던 다수의 중국 업체들도 사무실 임대 공간을 계약해 물건을 적재하는 창고로 활용하고는 있다. 하지만 용산전자상가의 설비 용도를 빠르게 바꿀 정도로 새로운 공간 유치가 예고된 만큼 창고의 역할 역시 서둘러 정리될 전망이다. 이미 창고 목적으로 사용하던 중국 관계자들은 재개발 이슈가 다시 부상하면서 용산을 떠나고 있고, 기존 물류창고 부지 역시 재개발 구역에 포함되면서 이동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물류 분야에 있어 용산전자상가의 위상은 사실상 쿠팡으로 대표되는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굳이 용산을 거점으로 하지 않더라도 전국에 세워진 물류창고를 기반으로 한 배송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운영되고 있고, 배송 환경만 조성돼 있다면 새벽 배송으로 물건 배달이 가능하기에 용산의 물류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도 대량의 제품 배송 업무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배송 관련 클레임과 상황 대처마저 해당 플랫폼을 통해 ‘선 조치 후 대응’이 가능하기에 용산의 지리적 장점은 찾기 힘들게 됐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전자상가 한 관계자는 “한창 용산전자상가가 성장해 나갈 때는 서울의 중심에서 물건을 보관하고 그때그때 판매 물량으로 소화한다는 시스템이 이점으로 작용했지만, 현재는 어떤 지역에서도 최소한의 공간만 마련되면 물류 관리와 이송이 가능하다는 것이 여러 판매 서비스를 통해 입증된 상태”라며 “재개발의 영향으로 이미 금싸라기 구역으로 재평가받고 있는데, 지금과 같이 계속해서 물류창고로만 활용하려는 사업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유통 허브로서 용산전자상가도 재개발 추진과 함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전망도 나온다. 이전과 같은 IT·가전·게임 유통의 메카는 아니더라도 재개발 이후 용산전자상가가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용산전자상가는 시설이 노후한 데다 대중적인 이미지도 좋지 않아 어떻게든 변화와 혁신이 필요했다”며 “재개발 이후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중심 상권에 일본의 빅카메라와 같은 대규모 가전 쇼핑몰이 들어선다면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시너지를 일으켜 K-전자의 글로벌 랜드마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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