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성적표 신한·KB·하나·우리·NH 순
ELS 충당 부채로 신한지주, KB금융 제쳐

5대 금융그룹 본사 전경(KB·신한·하나·우리·농협) 사진=각 사
5대 금융그룹 본사 전경(KB·신한·하나·우리·농협). 사진=각 사

[이지경제=최희우 기자] 국내 5대 금융사의 올해 1분기 실적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비용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홍콩 ELS 최다 판매사인 KB금융 순익이 30%가량 급감하면서 '리딩금융' 타이틀을 신한에 내줘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의 올 1분기 합계 순이익은 4조880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5조8597억원) 대비 16.7% 줄어든 수치다. 

금융권은 홍콩 ELS 자율배상 비용이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하고 있다. 은행들이 손실 배상 비용을 1분기 충당금으로 반영해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홍콩 ELS 배상 충당부채는 약 1조66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862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NH농협은행 3416억원, 신한은행 2740억원, 하나은행 1799억원, 우리은행 75억원 순이었다. 

충당금은 금융기관이 대출·채무에 따른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설정해 놓은 금액을 말한다. 통상 이익을 떼 충당금을 쌓아두는 구조이기 때문에 충당금이 커지면 순익이 감소한다.

은행권은 현재 개별 투자자들과 홍콩 ELS 배상금 지급 및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다. 추후 결과에 따라 배상액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일단 충당금 형태로 1분기 배상액을 쌓아뒀다는 설명이다. 손실과 배상액 규모가 계속 확정되는데, 그때마다 매달 이사회를 열어 배상 지급 승인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대부분의 금융지주사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일시적인 부진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영업이익에 큰 부분인 이자이익의 경우 5대 금융지주 모두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편 증권가에선 올해 1분기 홍콩H지수 ELS 배상 관련 비용이 끝나, 금융지주 입장에서 추가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키움증권 김은갑 연구원은 "KB금융은 1분기 ELS 보상비용 8600억원을 반영해 전년 동기 대비로는 이익 감소가 불가피했다"며 "2분기 이후 추가 비용에 대한 부담은 없으며, 대규모 비용에도 2024년 이익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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