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스테이블코인 부상...민간기업 자체 거래시스템 구축 시도 대응
한은·거래소, 내년 탄소배출권 CBDC 거래 모의실험 실시...활용성 검증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CBDC(중앙은행발행디지털화폐) 개발이 전 세계적 추세가 되면서 그간 신중한 입장이던 한국은행도 CBDC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BIS(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100개 이상, 약 93%의 의 중앙은행이 현재 CBDC를 개발했거나 연구를 진행중이다. 한국은행도 연내 테스트를 위한 금융사 선정을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CBDC는 무형의 온라인 화폐로서 해당 국가의 화폐 단위를 그대로 사용한다. 은행 계좌가 필요한 모바일이나 온라인 결제와 달리 개인 간 전자지갑(디지털 화폐 저장 프로그램)을 통해 돈을 바로 주고받을 수 있다. 일반 화폐에 비해 CBDC의 주요 장점으로는 ▲제작에 드는 비용 절약 ▲지하 경제 규모 축소 ▲탈세 방지 등이 꼽힌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현금 사용 감소,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과 같은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CBDC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에 맞서 독점적인 화폐 발행기관으로서 권위를 수성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도 중앙은행들은 CBDC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CBDC를 정식으로 통용하는 나라는 바하마, 나이지리아, 동카리브해 7국 연합 등이다. 하지만 이런 나라들은 온라인 지급 결제 능력이 부족해 대안으로 사용하는 성격이 강하다. 주요국 중에서는 중국이 앞서가고 미국, EU(유럽 연합) 등 선진국이 뒤쫓아가는 형국이다.
경제 규모가 큰 선진국들이 CBDC 발행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 데는 기존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컸다. 대내외적인 필요성이 부족했으며 정치권 내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았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계좌보유율이 높아 CBDC의 가장 큰 장점인 계좌보급의 효익이 없었다. 카드나 페이 등 민간결제서비스들이 보편화되어 있어 지급결제서비스 혁신의 필요성 역시 크지 않았다. 또한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아직 CBDC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던 만큼 한국이 선뜻 먼저 발행을 선언할 수도 없던 노릇이었다.
이미 한은은 지난해 1월 원화 기반 CBDC를 발행해 유통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당시 한은은 “현재로서는 CBDC를 발행할 계획은 없다”며 “모든 중앙은행이 CBDC를 도입할 것이라고 단언하긴 어려우며 실제 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난해 IMF 연차총회에서 이와 관련해 “중국은 알리바바·텐센트 같은 민간업체가 커지다 보니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 도입한 측면이 있지만, 한국처럼 지급결제시스템이 발전된 나라는 CBDC 도입에 따른 이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은이 도입에 대한 확답을 미루는 동안, 디지털자산 시장이 팽창하고 빅테크 기업들의 연이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선언하자 각국 중앙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한 정책 대응의 일환으로 CBDC 도입의 필요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빅테크 기업 중 가장 먼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시도한 메타(Meta, 구 페이스북)는 지난 2019년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리브라’ 발행을 발표했다. 리브라 프로젝트는 통화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주요국(G7)과 BIS의 강력한 반발에 결국 첫발도 떼지 못하고 무산됐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시도는 중앙은행들의 CBDC 준비의시발점이 됐다.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테라-루나’는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에 연쇄 충격을 줬고, 올해 글로벌 결제 기업 페이팔은 1년간 미뤄왔던 스테이블코인 PYUSD를 발행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 4일 CBDC 테스트 추진 계획을 밝히며 “스테이블코인은 가치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이용자 보호, 금융안정 측면의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며 “CBDC 활용성 테스트의 목표는 민간 가상자산 및 분산원장 기술에 대한 높은 관심과 혁신 에너지를 건설적이며 책임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이 내년 한국거래소(KRX)와 더불어 CBDC 기반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탄소배출권 거래 모의실험을 실시하는 것 또한 활용성 테스트의 일환이다.
지난 30일 이창용 한은 총재와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서울 여의도 거래소 서울사옥에서 '디지털 금융·자산 인프라 구축 방안 모색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이번 실험에서는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가상의 탄소배출권 거래 모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의 시스템 내에서 CBDC 기반 디지털 통화를 이용한 탄소배출권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는지를 점검할 예정이다.
두 기관은 다음달 말 구체적인 실험 내용을 공개하고 내년 3~4분기 중 기술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실험은 현재 한국거래소가 실제 운영하는 탄소배출권 시장에 분산원장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은은 이번 실험이 CBDC 본격 도입 또는 'CBDC 네트워크' 설계 모델의 최종 확정과도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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