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기획] GPU 선두주자에서 AI 시대 미다스로...‘엔비디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① - 게이밍
폐업 위기의 후발주자에서 시장 독식하는 대표주자로
다양한 그래픽 기술 접목으로 경쟁업체 멀찍이 따돌려
큰 성과 내지 못하는 분야도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뚝심

엔비디아는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위치한 데니스 식당에서 창업자들이 토론을 이어가던 준비 단계부터 게임 시장을 타깃으로 한 VGA 회사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는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위치한 데니스 식당에서 창업자들이 토론을 이어가던 준비 단계부터 게임 시장을 타깃으로 한 VGA 회사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사진=엔비디아

[이지경제=김용석 기자] 최근 산업계에서 엔비디아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AI 열풍과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더 나아가 데이터를 직접 처리하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AI 연산 시스템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IT업계 관계자들은 엔비디아를 키워드로 꺼내면 상당수가 ‘게임’을 언급한다. 엔비디아가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시발점이자 여전히 최고의 자리를 유지시켜주는 버팀목이 바로 게임 시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8월 현재 AI 반도체 및 기반 설비, 프로그램 등과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를 분석하는 많은 관계자들은 엔비디아의 알파이자 오메가로 게임 부문을 지목하고 있다. AI 반도체 개발이 있기까지 엔비디아를 지탱해준 사업도 게임용 그래픽카드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게임의 그래픽 처리를 담당하는 외장형 그래픽카드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AI 연산 하드웨어 역시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런 엔비디아의 게임 부문 사업은 VGA(Video Graphics Array)로 대표되는 그래픽 처리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의 도전과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도 서비스 중인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인 ‘지포스 나우’를 필두로 ‘엔비디아 익스피리언스’, 콘솔 전용 연산 칩셋, 레이 트레이싱 및 DLSS 지원 그래픽카드 등 다방면에서 엔비디아의 기술과 서비스가 실시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 VGA 시장 도전으로 사업 시작...점유율 독점 성과로

게임을 좋아했던 젠슨 황 대표의 아이디어, 정확히는 게임 연산에 필요한 그래픽카드 시장에 수요가 있다는 생각 하나로 창립된 엔비디아는 회사의 시작 자체를 ‘3D 게임 그래픽카드 제조사’로 설정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3dfx와 ATI가 양분하고 있던 VGA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엔비디아였지만, 창업 후 5년 동안 세 차례나 파산 위기에 놓였고 회사 자금 역시 직원들 한 달 치 월급밖에 없을 정도였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이랬던 엔비디아는 극적으로 TSMC와 파트너십을 맺고 3D 그래픽 연산 칩셋인 ‘지포스’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엔비디아는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갔다. 지포스 VGA는 당시 라이벌이자 시장 점유율 1위었던 3dfx의 부두와 비교해 가격과 성능 면에서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종적으로는 엔비디아가 3dfx의 재산권과 임직원들을 대거 가져오는 데 성공하면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존 페디 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VGA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그래픽 칩셋 점유율은 2024년 1분기 출하량 기준 88%(770만대)를 기록했다. 라이벌로 지목되는 AMD의 12%(100만대)와 비교하면 7배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물론 인텔의 CPU 내장 그래픽 칩셋과 AMD의 콘솔 기반 아키텍처 점유율은 엔비디아가 따라가야 할 대상이지만, 절대적인 칩셋 출하량은 이미 엔비디아의 독식 체제가 굳건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엔비디아는 현재 RTX VGA 성능과 관련해 레이 트레이싱과 DLSS를 전면에 내세워 쾌적하면서도 퀄리티 높은 그래픽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지=엔비디아
엔비디아는 현재 RTX VGA 성능과 관련해 레이 트레이싱과 DLSS를 전면에 내세워 쾌적하면서도 퀄리티 높은 그래픽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지=엔비디아

◆ 레이 트레이싱, DLSS 등 한발 앞선 게임 그래픽 기술 공개

여기에 엔비디아는 VGA가 설치된 PC에서 추가적인 세팅 없이도 바로 이용이 가능한 그래픽 기술 지원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VGA 구매에 있어 동급대의 가격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제품이 있더라도 성능 등을 이유로 지포스를 선택하게 하는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이전까지는 영상 매체 등을 통해 ‘완성된 영상’으로만 그래픽 기술을 접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게임을 실시간으로 플레이하면서도 해당 효과를 확인할 수 있게 돼 고품질의 게임 콘텐츠를 누구나 직접 보며 즐길 수 있게 됐다.

최근 엔비디아가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는 기술은 레이 트레이싱과 DLSS다. 먼저 레이 트레이싱은 그래픽 엔진이 보다 사실적인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능을 지칭하는 용어다. 과거에는 게임 제작에 있어 실제와 같은 묘사보다는 사물 구분이 뚜렷한 연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해당 기능을 통해 게임 대상 그래픽 작업물에도 자연스러운 묘사가 가능하게 됐다. 특히 이 기능은 엔비디아의 지포스 칩셋, 특히 ‘RTX’ 타이틀을 달고 출시된 VGA에서 바로 이용이 가능했기에 개발자뿐만 아니라 게임 이용자도 고품질 그래픽 환경을 체험할 수 있게 됐다.

DLSS는 AI의 딥러닝 기술을 활용합 업스케일링 기술이다. 일반 4K UHD 해상도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FHD 대비 4배의 데이터 연산이 필요한데, 이를 보다 낮은 해상도의 데이터를 이용해 연산을 하고 AI 기술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낮은 사양의 PC 환경에서도 고해상도 그래픽을 상대적으로 적은 리소스 활용만으로 즐길 수 있다. 이 기능은 현재 엔비디아가 ‘RTX 40’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핵심 기술로 홍보하고 있고, 사용자는 게임 옵션에서 사용 여부를 선택하는 것 만으로 바로 해당 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

◆ 클라우드 게이밍, 익스피리언스 등 게이밍 사업 지속 추진 중

물론 엔비디아의 게임 부문 사업이 모두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을 타깃으로 출시했던 모바일 대상 칩셋 ‘테그라’는 결국 모바일에서 태블릿PC 및 휴대용 콘솔용으로 방향성을 전환했다. 여기에 게임 최적화 및 녹화 서비스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역시 현재까지 서비스는 이어가고 있으나 이렇다 할 매출 성과는 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해당 사업의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게임 최적화 및 녹화 기능을 제공하는 지포스 익스피리언스는 프로그램 자체가 무겁고 게임 구동과 관련해 오류 출력의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별도의 게임 설치 없이도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 지포스 나우의 경우 국내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서비스 업체를 변경하거나 서비스 혜택을 낮추는 등 사용자 피드백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해당 서비스에 대한 유지 보수 및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IT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잘하는 분야든 그렇지 못한 분야든 한 번 시작을 했으면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에 맞춰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현재 혹평 속에서도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는 게임 최적화 및 게임 녹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모두 시장에서 수요가 존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에, 앞으로도 AI 등 다른 사업 부문에서 보여준 것처럼 뚝심있게 사업을 유지해 나가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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