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기획] 중국 이커머스 한국 침공, 국내 주요 업체들의 대응 전략은 ②
11번가, 버티컬 서비스와 전문관 론칭...흑자 달성에 타 기업 견제까지
쿠팡, 와우 멤버십에 투자...큐텐, 셀러에 북미·유럽 등 진출 기회 제공

사진=11번가
사진=11번가

[이지경제=김선주 기자]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 테무, 쉬인 등의 중국 이커머스가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침투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알리는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향상하기 위해 고객센터 상담 인력을 7배 이상 늘렸고, 고객 간담회를 열어 소비자의 의견을 받아보겠다는 전략이다. 또 반품과 환불 처리 기간을 축소하기 위해 상담원을 확충하고 1.4일로 단축했다. 

쉬인은 오프라인에서 더 많은 한국 소비자에게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국내에 첫 팝업스토어를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운영했다. 국내 소비자보다는 해외 소비자가 더 많이 방문한 것으로 보였다. 쉬인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팝업스토어에는 일 평균 1000명 이상이 방문했으며, 주말 사이 5000명이 추가로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중국 이커머스는 국내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에 국내 이커머스들은 투자를 단행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 11번가, 오픈마켓 부문 흑자 행진...견제 효과까지

11번가는 지난달 영업실적 마감 결과, 오픈마켓 사업에서 최근 3개월 연속(3~5월) 영업이익 흑자 달성에 성공했으며,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도 기록했다.

이는 11번가가 추진해온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한 ‘건강한 성장’이 본격화되고 있는 동시에 국내외 이커머스들을 견제하는 효과도 가져온 것으로 풀이된다.

11번가는 지난해부터 적극 추진해온 버티컬 서비스와 전문관의 론칭을 성장의 이유로 꼽는다. 11번가가 지난해 2월부터 론칭해온 신선식품, 명품, 리퍼, 키즈 등 버티컬 서비스들이 꾸준히 고객들을 확보하며 실적 개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신선식품 버티컬 서비스 ‘신선밥상’은 증가하는 온라인 식품 구매 수요를 겨냥해 품질이 검증된 생산자의 신선식품을 산지 직배송하고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간파한 전문성 높인 서비스다. 신선밥상은 품질 불만족 시 100% 환불해주는 품질보장제 등을 운영하며 고객 신뢰도를 높이면서 지난 4월 결제 거래액이 전년 대비 2배(109%) 이상 늘었다. 또 올해 1월 론칭한 간편식 버티컬 서비스인 '간편밥상'이 고객들의 호응을 얻으며 11번가의 식품 버티컬 서비스(신선밥상, 간편밥상)의 월 결제 거래액은 지난 3월 100억원을 돌파했다.

펀더멘털을 확보한 것도 효과적이었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다이내믹 프라이싱(DP) 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다. 효과적인 마케팅 툴을 활용해 보다 많은 상품의 시장 최저가를 효율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최적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11번가는 ‘Pricing ST’ 조직을 별도로 구성해 사진, 키워드, 카테고리 정보를 딥러닝 기술로 분석해 자동으로 상품을 묶는 ‘카탈로그 자동 매칭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하고, 실시간 변화하는 상품 가격을 계속 추적하면서 시장 최저가를 확보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시스템’을 구현했다. 지난달 11번가의 다이내믹 프라이싱 결제 거래액이 지난해 5월 대비 6.2배(+523%)나 급증하는 등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통한 거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다"며 "올해 1분기 새롭게 선보인 서비스들이 오픈 초반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1번가가 선보인 AI 추천 트렌드 패션 버티컬 서비스 #오오티디(#OOTD)도 성장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여성 의류로 시작해 잡화, 신발, 파자마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하면서 지난달 기준 상품 셀렉션이 오픈 초기(3월) 대비 1.7배(+74%) 증가했으며, 결제고객 수도 1.2배(+20%) 증가했다는 게 11번가 측 설명이다.

◆ 다른 국내 이커머스들도 발 빠른 대처

11번가 외에도 많은 국내 이커머스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해외 이커머스 견제에 나섰다. 기존 소비자 이탈을 막기 위한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고, 소상공인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등이다. 

쿠팡은 고객지향적인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기존의 혜택들을 유지하고 더 큰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쿠팡을 애용하는 소비자를 위한 로켓배송, OTT 서비스 등에서 와우혜택을 더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와우 멤버십에 5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를 운영하는 큐텐은 최근 위시플러스까지 인수하면서 동남아는 물론 북미와 유럽까지 진출하기 수월해졌다. 큐텐은 이를 활용해 기존에 해외 진출 시 아마존에 의존도가 높았던 소상공인들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존은 국내 소상공인이 사용하기 어려울 뿐더러 고객센터 대응이 느린 편이기 때문에 이는 소상공인에 희소식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타 이커머스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발 빠르게 인도(혹은 기타 큐텐 진출 국가) 제품을 소싱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큐텐을 이용하는 한 소비자는 "동남아 지역 기반이다 보니 구하기 어려운 인도 제품도 큐텐을 통해서는 구매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이렇듯 큐텐은 국내 이커머스가 뚫기 힘든 판로를 소상공인에 지원해주고, 구하기 힘든 상품을 소싱해오는 등의 서비스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 테무, 쉬인은 글로벌 기업으로 시총만 비교해도 국내 이커머스들이 그 덩치를 따라갈 수 없다"며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선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지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