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의 수출 비중 점차 줄고 수출대상국 다양해져
“K팝 아이돌처럼”…日 젊은층서 韓 색조화장품 큰 인기
1분기 화장품 수출액 22% 늘어난 23억달러 ‘역대 최고’

일본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에서 운영중인 헤라 팝업스토어. 사진=아모레퍼시픽
일본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에서 운영된 헤라 팝업스토어. 사진=아모레퍼시픽

[이지경제=김성미 기자] 한국 화장품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이 줄어들자 화장품 기업들이 시장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여전히 수출 1위 국가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기존보다는 수출 규모가 줄었고 미국과 일본이 그 뒤를 이으며 K-뷰티의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화장품은 우리 소비재 수출 품목 가운데 자동차 다음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이다. 2023년까지 소비재 품목별 수출 비중은 자동차 58.9%, 화장품 8.2%, 가전제품 6.6%의 순이었다.

29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원이 최근 발간한 ‘K-뷰티 수출현황 및 신규 유망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과 일본, 베트남 등으로의 수출 시장 다변화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화장품 수출은 2022년 대(對)중국 수출 부진 영향으로 역성장했으나 지난해 미국과 일본 등 다른 국가로의 수출 증가분이 중국 감소분을 압도하며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해 수출 반등에 성공했다.

화장품 수출액은 2021년 92억20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나 2022년 중국 시장 여건이 악화되면서 79억8000만 달러로 감소했다. 지난해는 84억9000만 달러로 반등한 뒤 올해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3월까지 수출이 전년 대비 21.3% 증가하며 높은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 1분기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21.7% 가량 늘어난 23억 달러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여전히 중국으로의 수출이 6억1000만 달러로 가장 많았지만 전년 1분기와 비교하면 4.6% 감소했다. 2위는 미국(3억8000만 달러), 3위는 일본(1억5000만 달러)이 뒤를 이었다. 이 기간 수출 국가는 175개국이었고 지난해 화장품 수출이 이뤄진 국가는 195개국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3대 화장품 수출국은 중국, 미국, 일본이다. 대중국 수출 감소는 중국의 소비위축과 사드 사태로 인한 한한령, 애국소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2023년 화장품 국가별 수출과 수출 비중 추이. 자료=한국무역협회
2023년 화장품 국가별 수출과 수출 비중 추이. 자료=한국무역협회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53.2%에서 2022년 45.4%, 2023년 32.8%, 올해 1분기 26.7%로 줄고 있다.

반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크게 증가했다. 2023년 미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은 중국을 제치고 점유율 5위로 부상했다. K-뷰티 수출의 미국 비중은 2021년 9.2%에서 올해 1분기 16.4%로 크게 늘었다. 성분과 사용감 등 한국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수요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대일본 수출 역시 증가세다. 2022년 프랑스를 제치고 한국이 일본 내 점유율 1위로 상승했다. 일본으로의 수출 비중은 2021년 8.5%에서 2022년 9.4%와 2023년 9.5%를 거쳐 올해 1분기 10.4%까지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는 전체 대일 수출이 5.2% 감소했음에도 화장품 수출은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중국의 빈자리를 미국과 일본이 채우자 국내 뷰티업계는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에 주목하며 활발한 진출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시장은 기초화장품 위주의 여타 국가와 달리 색조화장품이 수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대일 수출 증가 기여율은 입술화장품이 55.5%, 메이크업 제품이 48.0%로 나타났다. 일본 수입 시장 내 순위도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무협은 일본의 화장품업체는 중장년 위주의 기초화장품이나 명품 화장품에 집중하는 반면 한국의 수출업체는 10~20대 색조화장품에 집중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은 50대 이상 인구가 절반(49.9%)에 육박하는 고령화된 시장으로 이들이 화장품의 핵심 고객층으로 부상한 탓이다. 통상적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색조보다는 기초화장품을 더 소비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대일본 화장품 수출 추이. 자료=한국무역협회
한국의 대일본 화장품 수출 추이. 자료=한국무역협회

일본 10~20대의 K-뷰티에 대한 관심에는 K-팝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여성 가운데 한국 제품을 사용했거나 사용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는 10대 67.0%, 20대 64.0%, 30대 51.1%, 40대 이상 40.1%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았다.

이에 대해 국내 뷰티업계 관계자는 “사회고령화로 일본 전통 화장품업체가 10~20대를 타깃으로 한 전략적인 제품 출시나 마케팅을 축소하면서 해당 시장을 K-뷰티가 차지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하지만, 일본 내 K-뷰티의 인기 비결은 K-팝스타도 주요한 원인으로 일본의 10~20대 소비자는 한국 화장품을 사용하면 K-아이돌처럼 예뻐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예쁜 패키지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 트렌디한 콘셉트도 일본 소비자가 K-뷰티를 선택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K-컬처 소비가 확산된 다양한 국가에 진출하며 시장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급격히 전 세계에 확산된 한류의 영향으로 세계 각국 팬들의 K-팝 스타들의 피부관리 비결과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1020세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진출이 활발해 주요 대기업은 물론 중소업체의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아시아 시장에서 쌓아온 해외 시장 개척 성과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주와 일본, 유럽, 중동 등에서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해 세계 3위의 화장품 시장인 일본에서만 30%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라네즈와 이니스프리가 견고하게 자리를 지켰고, 헤라와 에스트라 등 신규 브랜드도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6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일본 진출 브랜드들은 앳코스메, 로프트 등 현지 주요 뷰티 편집숍(MBS)와 큐텐 재팬과 같은 주요 온라인 플랫폼 등에 진출해 채널 전략에 따라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일본 고객을 위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한편 K-뷰티 문화도 전파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일본 고객 대상 대형 프로모션 행사인 ‘아모레퍼시픽 페스티벌’을 마련해 이달 20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5주간 로프트에서 진행하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에이지투웨니스 신제품 설명 세미나.사진=애경산업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에이지투웨니스 신제품 설명 세미나. 사진=애경산업

애경산업은 2021년 AGE20’S(에이지투웨니스), 루나 등이 큐텐과 아마존 재팬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 진출했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로프트와 돈키호테 등 오프라인 매장에 본격 진출하며 일본 채널 확장에 나서고 있다. 루나는 2022년 일본 오프라인 650여개 매장에 입점을 확대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두터운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K-팝 걸그룹 르세라핌의 ‘사쿠라’를 모델로 발탁해 현지 소비자와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에이지투웨니스는 현지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브랜드 스테디셀러인 ‘에센스 팩트’의 현지화 제품인 ‘에이지투웨니스 베일 누디 에센스 팩트 글로우‘를 론칭했다. 이 제품은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전략 제품으로 장기간의 현지 컨설팅을 거쳐 기존 제품의 장점에 일본 소비자의 취향을 담아 선보인 제품이다.

‘닥터지’로 잘 알려진 고운세상코스메틱도 일본과 베트남 등에 진출하며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에는 2021년 진출했다. 닥터지는 현재까지 3400개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한 상태다. 로프트, 이온몰 아인즈엔토르페, 마츠모토키요시 등에 모두 입점했고, 일본의 4대 오픈마켓 쇼핑몰인 큐텐재팬과 라쿠텐 등 온라인 쇼핑몰에도 입점했다.

진출 4년째에 접어든 닥터지는 지난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 중이다. 2023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0%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60% 성장했다. 2월에는 핸드에 브랜드 행사를 통해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다. 베트남에서도 진출 2년 만에 1000여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했고, 올해는 세계 1위 화장품 시장인 미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이지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