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 한은 금융통화위원, 20일 임기 종료 앞두고 기자회견
"가계부채 급히 줄이면 충격 많아...서서히 조정하는게 바람직"
"환율, 변동성 있겠지만 펀더멘털 튼튼...우려할 수준 아니다"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20일 서울 소공로 한은 본관 2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20일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열린 처음이자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16일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이상이고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크다. 금융시장은 수개월 동안 완화적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위원은 지난 12일 마지막 금통위 회의장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하실 말씀을 요청하자 “확 올릴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 위원은 이와 관련 “(금리를) 올릴 수 없어 아쉽다”고 전했다. 조 위원은 “욕심 같아선 물가를 목표치에 더 빨리 안착시켜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조 위원은 “제일 중요한 전제인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안착될 것이란 확신이 근간이 되는 중요한 과정이 들어가 있다. 그것은 금통위원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어 “큰 틀 하에서 하반기에 평균 소비자물가가 2.3% 수준으로 간다고 하면 연말에는 그보다 더 낮은 수준이 될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하며 “지금 상황에서 서둘러 금리 인하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물가에 대해서는 더 빠르게 안정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누적 물가상승률이 최근 3~4년간 10%를 웃돈 점을 염두한 발언이었다.

조 위원은 “욕심 같아서는 (물가가) 더 빠르게 안정됐으면 좋죠”라며 “물가 수준이 언젠가는 분명히 목표 수준대로 수렴하게 될 거 저희(금통위원)는 그렇게 믿고 있다”며 “또 동시에 이게 가능하면 빠르게 목표 수준대로 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지난 3~4년간인가 누적 물가 상승률을 CPI로 치면 한 13.6% 정도, 근원으로 보면 10% 정도”라며 “그렇지만 국민들이 직접 소비하는 구매력으로 보면 소비자 물가가 더 적절하다고 볼 수 있고,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목표 수준대로 가는 것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고 부연했다.

조 위원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 배경으로 달러 강세를 짚었다. 다만 환율 수준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고점은 장중 1400원을 기록했다.

조 위원은 “지난 한 주를 보면 우리(원화)가 조금 달러 강세보다 많이 절하된 것 같다”면서 “최근에 중동 정세 불안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특히 우리는 오일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국들, 특히 엔화 약세와 비슷하게 움직이다 보니까 그렇게(원화 절하)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우리 경상수지 흑자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고, 외환보유고 등 경제의 전반적인 펀더멘탈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환율의 변동성이 있겠지만 그렇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 추이. 이미지=네이버증권 캡쳐

한편 조윤제 금통위원은 한국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 확장에 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조 위원은 포워드 가이던스 시계 확장에 관한 질문에 "(미국과 달리) 우리는 주도적으로 긴 시계에서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미래의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 개개인의 연준위원들이 향후 미국의 금리가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를 익명으로 투표해 결과를 보여주는 '점도표'가 대표적이다. 한은은 이창용 총재가 취임하고 나서 2022년 10월부터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내 정책금리 전망분포를 제시하며 '한국형 점도표'를 실험해왔다. 최근에는 이같은 점도표를 6개월, 1년 등으로 시계를 확장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한은 차원에서도 연구 용역에 들어갔다.

다만 이러한 포워드 가이던스의 확장에 관해 금통위원들의 의견은 갈리는 추세다. 이 총재는 올해부터 '사견'임을 강조하며 6개월 이후 금리 전망을 내놓으며 사실상 확장된 시계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실시하고 있다. 조 위원과 같은 날짜에 퇴임을 앞둔 서영경 위원은 지난달 26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주체들의 기대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며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조 위원은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르다는 점을 짚으며 시계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그는 "미국은 거의 세계 중앙은행의 역할을 하면서 주도적으로 통화정책을 해나갈 수 있지 않냐"며 "우리 통화정책은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게 된다"고 한계에 대해 부연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높을 땐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앙은행의 신뢰성 손상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여러 환경적 요인들을 고려해서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 2기가 들어설 경우 우리나라 경제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묻는 질문엔 "트럼프 2기와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은 큰 차이가 없을 거다"라며 "전 주미 대사로서 특별히 새로운 시대가 열린 건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조 위원은 트럼프 집권 시절 주미 대사를 지낸 바 있다.

이날 조 위원은 지난 4년간 금통위원으로 보낸 시간을 회고하며 "한국은행에 와서 직원 한 분 한 분이 모두 우수하고 대단히 성실하다는 걸 느꼈다"며 "이런 분들이 외부로 진출하면 우리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 느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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