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올해 BIS 비율 악화 우려"
대손충당금·잉여금으로 상쇄 여력 충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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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최희우 기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건전성 관리를 위해 자본 확충 방안 마련을 요청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산에 따른 '저축은행 사태' 재발을 차단하기 위해 선제 조치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 1분기 대규모 적자를 내 건전성 비율이 악화한 저축은행에 자본을 추가 확충하라고 이달 초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권고치 이상으로 끌어올리라는 게 당국의 핵심 요구다. 현재 저축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 권고치는 10%(자산 1조원 이상은 11%)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PF 대출 예상 손실은 최대 4조8000억원이다. 올해 추가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은 최대 3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되면 올해 저축은행의 전체 적자는 2조2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저축은행 사태가 한창이던 2012년(1조4000억원 적자)보다 큰 적자 규모다.

저축은행 가운데선 대주주가 증자 여력이 부족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주주의 유상증자가 필수적이다. 향후 저축은행 부실이 커지면 금감원은 해당 저축은행에 ▲경영 개선 권고(BIS 비율 7% 미만) ▲요구(5% 미만) ▲명령(2% 미만) 등을 요구할 수 있다. 가장 강도가 센 경영 개선 명령에는 6개월 영업정지 등이 포함된다.

금감원이 조기 자본 확충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저축은행의 영업 환경과 재무구조가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지난해 국내 저축은행 79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41곳이 적자를 냈다. 올 1분기에도 절반 이상이 순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통상 저축은행은 매 분기 결산 후 30일 이내에 건전성 비율을 금감원에 보고해 왔다. 이후 금감원은 3개월 안에 경영개선 조치를 완료하라고 요구한다. 

문제는 올 2분기다. PF 관련 부실과 충당금 확대로 실적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지난해 말 기준 BIS 비율 권고치를 밑돈 저축은행은 한 곳이었다. 올 1분기 대규모 적자가 이어져 BIS 비율이 권고치 아래로 내려간 저축은행은 15개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융위기를 가정한 상황에서 충당금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호준 한신평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 수준의 경착륙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PF 손실률은 15% 수준으로 현재 적립률이 익스포저 대비 7~8%임을 고려하면 절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경착륙 시나리오에서 은행계열 저축은행의 부동산금융 손실률은 15.8%, 비은행계열 저축은행은 14.8% 수준이다. 충당금 적립 수준의 두 배에 달한다.

정 애널리스트는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 부담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현 부동산 시장의 수요 부진으로 경·공매가 쉽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질적 측면에서 추가 하락이 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축은행의 브리지론 사업장 중 43.3%가 잠재적으로 높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며 "가계대출과 사업자모기지론의 규모가 자기자본 대비 각각 269%, 93%로 높은 상황에서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모니터링 포인트로는 부동산금융의 부실여신 비율, 가계신용대출의 연체 채권 매각, 사업자 대출의 높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대출 잔액 등을 꼽았다.

다만 금감원은 현재 전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양호하고 재무구조가 매우 취약한 저축은행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통상적으로 진행하던 절차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저축은행들의 BIS 비율이 미달하는 등 당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어 제출하라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늘상 해오던 통상적인 자료 제출로 증자 등 별도 요구를 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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