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이후 ‘PC업계 줄도산’ 루머 나온 지 한 달여 경과
‘용산 대거 폐업 릴레이’ 루머로 시장 분위기 급격히 가라앉아
전반적인 상권 반응은 “도산까진 아니지만 어려운 시기” 중론

정산금 미지급 이슈로 촉발된 ‘티메프 사태’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현재까지 이렇다 할 상황 진전은 없지만, 사업자들은 악성 루머로 인한 2차 피해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김용석 기자
정산금 미지급 이슈로 촉발된 ‘티메프 사태’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현재까지 이렇다 할 상황 진전은 없지만, 사업자들은 악성 루머로 인한 2차 피해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김용석 기자

[이지경제=김용석 기자]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대금 지급 및 정산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발생한 일명 ‘티메프 사태’가 발생 두 달을 맞이하고 있다. 티몬, 위메프를 포함한 큐텐 그룹 계열사들은 기업회생을 신청했고, 정부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해결 진행 상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제기된 ‘PC 부품업계 줄도산’ 루머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루머의 부정적 인식 등의 영향으로 판매 부진을 비롯한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판매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루머와 달리 단기간 연쇄 줄도산은 피했지만, 아직 인터넷 등에 남아있는 루머의 여파로 제품 구매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가뜩이나 여름 특가 프로모션이 집중적으로 예고돼 있던 티몬과 위메프가 고꾸라지면서 구매자 수요가 감소했는데, 루머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더욱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사실상 루머로 인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루머가 현실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 7월 말 들이닥친 티메프 사태와 루머 확산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PC 하드웨어 시장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품목당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 이상도 호가하는 제품들로 구성된 시장인 데다, 특히 조립 PC의 경우 상대적으로 판매수수료가 저렴했던 티몬과 위메프를 대상으로 프로모션 할인 판매를 주기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미지급금 규모는 현재 평균 10억원, 많게는 100억원대로 추산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엎친 데 엎친 격으로, 인터넷을 중심으로 ‘용산 대거 폐업 릴레이’ 루머가 지난달 확산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았다는 평가다. 해당 루머는 전직 용산전자상가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누리꾼이 관련 커뮤니티 등에 PC 하드웨어 업체들의 사명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미정산 여파로 연쇄 폐업이 발생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해당 루머는 실제 업체 사명과 미정산금 액수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신뢰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여기에 루머 글이 올라온 시점이 대부분의 매장이 휴가 기간이었던 8월 초였기에 일부 업체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대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루머의 신빙성을 더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해당 루머에 공지문 등을 통해 직접적인 해명에 나선 한성컴퓨터를 제외하면 사실상 타이밍을 놓쳐 이렇다 할 해명조차 못했다는 평가다.

PC 하드웨어 판매 관계자들은 줄도산이 걱정될 정도로 최악의 상태는 아니지만, 루머 등으로 인한 추가적인 고객 신뢰 하락으로 인해 구매자가 감소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반응이다. 사진=전자상가상인회
PC 하드웨어 판매 관계자들은 줄도산이 걱정될 정도로 최악의 상태는 아니지만, 루머 등으로 인한 추가적인 고객 신뢰 하락으로 인해 구매자가 감소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반응이다. 사진=전자상가상인회

◆ 한 달이 지난 현재 아직 폐업한 매장은 ‘없다’

루머에서 언급되었던 연쇄 폐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한 달이 지난 현재, PC 하드웨어 시장은 어떨까. 현재까지 용산 인근을 비롯한 PC 하드웨어 업체를 조사한 결과 루머 글대로 폐업 수순을 밟은 업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이 기간 동안 폐업 절차를 끝낸 매장도 있었지만, 티메프 사태 이전부터 폐업 절차를 밟아 지난 한 달 내에 수순을 마무리하고 사업을 정리한 경우였다.

루머에서 사명이 언급된 매장 대부분은 공통으로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나 다른 창구 등을 통해 판매가 이루어지던 상황이기에 사업체 운영 등에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오히려 루머 글이 완전히 잘못된 정보나 틀린 내용만으로 구성돼 있으면 해명하기도 쉬운데, 일부 매출 금액이 애매하게 맞는 경우가 있어 사업 관계자에게 해명하기가 난감한 상황”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물론 소규모 매장을 운영하는 일부 업주들은 “피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며, 폐업까지는 아니지만 코로나 이후 없을 줄 알았던 정부발 대출을 다시금 받아야 한다는 상황에 답답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직까지 버티는 것은 가능하지만, 피해 금액이 큰 것 역시 사실이기에 티메프의 기업회생 절차든 다른 방안이든 빨리 진행돼 미정산금을 어떻게라도 받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를 위한 해법 필요

이에 대해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티메프 사태 이후 인터넷으로 제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상인들의 채널이 사실상 한정된 플랫폼으로 굳어지면서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어려움에 부닥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판매자의 경우 이전까지 티메프를 이용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정산수수료 등이었는데, 수수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다른 플랫폼으로 판매처를 옮기게 되면서 동일 수량을 판매한다고 하더라도 이전보다 적은 규모의 수익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구매자 역시 티메프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핫딜 프로모션이 사실상 사라지게 되면서 이전보다 평균 가격이 상승한 상태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이미 티메프 사태의 여파로 기존 판매업체들은 고객 유치를 위한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구매자의 지갑을 여는 데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PC 하드웨어 업계 한 관계자는 “연쇄 폐업 루머만 하더라도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과 악의적인 구매 경험 등이 더해지면서 살이 붙고, 신뢰성에 집단지성이 더해지면서 시장 자체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며 “구매자는 저렴하면서도 안심할 수 있는 판매처를, 판매자는 더 많은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해 자금이 흐를 수 있는 상황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만큼 이를 위한 현실적인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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