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식량주권’ 확보 나서…가루쌀 제품화 원년
SPC삼립·해태제과 등 가루쌀 베이커리 제품 첫 선
[이지경제=김성미 기자] 밀가루를 대체할 식품원료로 ‘가루쌀’이 등장하자 식품업계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가루쌀(분질미)은 가루를 내기에 적합한 쌀 품종을 가리킨다.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어 쓸 수 있어 수입밀 대체에도 유리한 신작물이다. 일반 쌀(멥쌀)은 딱딱해 물에 불려 습식 제분만 할 수 있는데 가공 비용이 많이 들었다.
농업진흥청이 개발한 신품종 가루쌀(바로미2)은 쌀 적정 생산과 식량자급률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농림부는 이미 잘 갖춰진 논 기반과 밀가루 제분 설비를 그대로 활용해 대량 건식 제분이 가능해 규모의 경제와 산업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일단 생육기간이 일반 벼보다 20~30일 정도 짧아 밀, 보리 등과의 이모작이 용이하다.
또한 습식 쌀가루 대비 폐수(쌀가루 100㎏ 생산에 500ℓ의 쌀뜨물 발생)도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국제 밀 수급 불안에 대비한 원료 다각화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습식제분 된 쌀가루를 유통하는데 요구되는 냉동보관과 살균, 건조 등 추가 공정도 불필요하다.
로코노미(지역 특산물 활용 상품)와 할매니얼(할머니와 밀레니얼 세대의 합성어), 비건(완전채식), 가치소비 등 최근의 소비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건강에 관심이 높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높은 세계 글루텐프리(밀, 보리 등에 함유된 단백질을 제거한 것) 시장 공략도 가능하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세계 글루텐프리 시장은 78억6000만달러(10조6000억원) 규모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반면 국내 글루텐프리 인증을 받은 제품은 올 8월 기준 6개사 28개 제품에 불과해 시장 공략을 위한 제품개발과 인증획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농림부는 가루쌀을 활용한 쌀가공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가루쌀을 활용한 쌀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 가루쌀 생산단지 집중 육성과 가루쌀 제품 개발 지원에 나섰다.
이를 통해 쌀 소비 감소에 따른 공급과잉 개선과 새로운 식품원료를 활용한 시장 확대도 도모한다.
올해 1월에는 가루쌀 제품개발에 참여할 식품업체를 모집해 15개 식품업체의 19개 제품을 선정, 올해 연말까지 가루쌀로 만든 과자와 라면, 식빵, 튀김가루 등의 시제품 개발과 소비자 평가를 진행한다.
이와 함께 가루쌀의 원료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저당 쌀가루 활용과 쌀의 노화 지연 기술개발 등 연구과제도 추진하고 있다.
가루쌀 제품개발 사업에는 농심(라면), 삼양식품(과자, 라면), SPC삼립(식빵과 파운드케익 등 4종), 해태제과(오예스) 등이 참여하고 있다.
SPC삼립과 해태제과는 가루쌀 신제품을 연이어 선보였다.
SPC삼립은 8월 국내 쌀 소비 촉진 정부 사업에 협력해 ‘가루쌀’을 활용한 미각제빵소 가루쌀 베이커리 2종인 휘낭시에와 식빵을 내놨다. ‘가루쌀 베이커리’는 밀가루 대신 농촌진흥청에서 국내 쌀 소비 촉진을 위해 개발한 쌀가루 전용 품종인 ‘가루쌀’을 100% 사용한 제품이다.
가루쌀은 일반쌀 대비 부드럽고 촉촉해 빨리 굳지 않고 발효속도가 빨라 베이커리, 떡 개발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태제과는 이달 초 가루쌀로 만든‘오예스 위드미(with米)’를 선보였다.
전량 수입 밀가루로 만들던 오예스에 국산 가루쌀을 섞어 만든 프리미엄 ‘쌀’ 초코케이크다. 쌀 원료를 넣으면 떡처럼 약간 거칠어지는 식감은 전분 등을 활용한 특화된 쌀 가공기술로 해결했다.
이들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이다.
쫄깃한 식감과 풍미, 높은 소화력 등 쌀이 갖고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호평을 거뒀다.
SPC 관계자는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와 맞물려 가루쌀 매력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정부 지원을 통해 제공받은 가루쌀을 모두 활용해 제품화한 결과 10월 현재 기준 2만봉 이상이 판매되는 등 시장반응이 고무적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식품업계에서 가루쌀을 베이커리 등의 원료로 활용한 다양한 제품 개발을 이어가며 가루쌀 대중화에 적극 앞장 설 것으로 기대한다”이라고 덧붙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5월 소비자 대상 제품 테스트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고 기업들도 판매 결과에 만족하는 것같다”면서 “향후 안정적인 생태계 구축을 위해 식품업계에 제품개발과 생산, 마케팅, 수출에 필요한 비용을 패키지 지원하는 등 가루쌀 제품화 사업을 확대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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