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첫날 1000만장 판매하며 올해 하반기 첫 흥행작에 이름 올려
첫 AAA 사이즈 개발임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그래픽과 게임성 호평
오공 레퍼런스로 콘솔 게임 개발 전망...“국내 시장 격차 벌어질 것”

‘검은 신화: 오공’은 출시 첫날 글로벌 판매 1000만장의 기록을 세우며 다시금 중국 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지=게임 사이언스
‘검은 신화: 오공’은 출시 첫날 글로벌 판매 1000만장의 기록을 세우며 다시금 중국 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지=게임 사이언스

[이지경제=김용석 기자] 중국의 3인칭 액션 RPG ‘검은 신화: 오공(이하 오공)’이 지난달 20일 글로벌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에서 출시한 첫 AAA급 게임(블록버스터 규모의 개발비와 성과를 목표로 하는 게임)이라는 점과 최신 그래픽 엔진인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5’가 사용된 작품이라는 부분에서 출시 이전부터 기대작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이전까지 ‘중국산 게임’이라고 하면 제대로 즐기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는 남아 있었는데, 이번 오공의 출시를 기점으로 이런 분위기가 사라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 게임과 비교해 퀄리티나 재미 면에서 뒤지지 않는 작품이 지속해서 출시된다면 국내 사용자들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에서는 단순히 사용자의 접근성이 개선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중국산 AAA급 게임의 출시가 봇물 터지듯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부터 꾸준히 여러 개발사들이 콘솔 플랫폼을 메인으로 하는 게임을 출시하고 있으나, 중국에서 대형 타이틀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오공의 성공적인 출시가 시장 메리트 등에서 격차가 벌어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게임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는 ‘긍정적’

오공에 대한 사용자들의 공통된 평가는 ‘모처럼 중국 문화를 소재로 하는 게임 중 할만한 게임이 나왔다’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게임 그래픽의 경우 첫 영상 공개 때부터 언리얼 엔진5를 활용한 고퀄리티 작업물을 보여줬는데, 해당 기대치를 충족한 결과물이 나왔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여기에 게임 플레이를 이어가면서 접하게 되는 연출 역시 기존 서구권 작품에서는 보기 힘든 웅장하면서도 미려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물론 아쉬운 부분 역시 여럿 확인됐다. 게임 구성에 있어서는 기획 측면에서 제한을 두거나 어색하게 처리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게임 플레이의 핵심 재미 중 하나로 평가되는 타격감이 그래픽에 비해 약해 게임이 아니라 영상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평가도 많았다. 여기에 고퀄리티 그래픽을 구현하면서 최적화에 소홀한 부분들이 다수 확인되면서 고사양 PC가 아니면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가 힘들다는 것 역시 단점으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평가는 게임의 재미와 만듦새가 기대 이상이라는 총평이 많았다. 기존 PC 플랫폼 단독이 아닌, 콘솔 플랫폼까지 고려한 대형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게임 본연의 재미와 전체적인 완성도를 모두 만족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게임 평점 사이트인 메타크리틱과 오픈크리틱 모두 100점 만점에 81점이라는 준수한 점수를 획득했고, 게임 발매 나흘 만에 글로벌 판매량이 1000만장을 넘어서는 등 실시간으로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다는 평가다.

‘검은 신화: 오공’을 시작으로 중국발 AAA급 게임의 출시가 예고된 가운데, 국내 게임 개발사의 글로벌 흥행에 큰 경쟁 국가가 생겼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지=게임 사이언스
‘검은 신화: 오공’을 시작으로 중국발 AAA급 게임의 출시가 예고된 가운데, 국내 게임 개발사의 글로벌 흥행에 큰 경쟁 국가가 생겼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지=게임 사이언스

◆ 개발에 ‘규제’ 없는 중국 정부 포지션, 거대한 내수 시장 등 시너지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텐센트, 넷이즈 등과 같은 중국 대형 게임 개발사가 아니라 소형 개발사가 만든 작품이 글로벌 흥행을 끌어냈다는 점이다. 물론 개발사인 게임 사이언스가 텐센트 등 대기업 출신 베테랑들로 구성된 회사이긴 하나, 게임 론칭이 이루어진 현재까지 회사 구성 인원이 100여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른 AAA급 게임 개발사의 경우 임직원이 최소 300명 이상이 평균인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중국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게임 시장 규제와 관련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는 지금까지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게임 개발 및 산업 자체와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규제를 추가하고 있지 않아 현재와 같은 개발 환경이 형성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런 중국 정부의 방임 수준의 지원과 관심 아래 성장한 텐센트, 넷이즈, 호요버스 등 대형 업체들이 가능성 있는 개발자와 개발 스튜디오에 지분 투자와 지원을 이어가면서 게임 개발 환경 자체를 꾸준히 발전시켜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 시장이 가지고 있는 내수 시장 자체의 파워 역시 게임 부문이 성장하고 흥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공의 경우만 하더라도 사전 예약 및 데모 공개 이후 플레이스테이션5의 중국 판매량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고, 출시 첫날 15억 위안(한화 약 2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집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계속해서 고품질의 게임이 출시된다면 연속적인 흥행 역시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게임을 실제로 접한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들 역시 아쉬운 부분들이 여럿 보이지만, 그래도 기대 이상의 퀄리티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게임의 기획적인 부분은 지속해서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작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보완이 되는 부분이고, 전체적인 그래픽과 연출 등은 과거 알려졌던 중국의 저렴하고 과한 느낌과 전혀 다른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일부 관계자는 오공이 사실상 중국 게임 시장과 한국 게임 시장의 격차가 벌어지게 되는 지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물론 시장 규모 자체가 세계 2위 규모인 3000억 위안(한화 약 55조원)으로 집계되는 중국 게임 시장이기에 규모 자체는 비교하는 게 불가능하지만, 게임 개발 능력이나 퀄리티 면에 있어서는 아직 국내 개발사가 미세하게나마 우위에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오공의 등장으로 이런 평가도 자신있게 내놓기 애매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 시장의 마지막 허들로 평가돼 왔던 부문이 콘솔 시장인데, 이번 오공의 출시로 마지막 허들마저 너무 쉽고 압도적인 성적으로 넘어버린 셈”이라며 “오공의 그래픽 퀄리티와 인기, 매출 등을 레퍼런스 삼아 여러 중국 개발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새로운 콘솔 게임을 개발·출시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상황에서 국내 시장의 게임 개발 상황은 경쟁에서 제대로 대응이 가능할지 솔직히 회의적인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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