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한국 경제·산업계를 움직이는 파워피플 ①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용한 사업가’에서 ‘발로 뛰는 영업사원’으로 포지션 전환
핵심 사업에서 부정적 이슈 급증해 대응 마련 지적도 나와
M&A 등 미래 사업 보는 눈 장점...앞으로 행보 긍정 평가

최근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의 미국 출장 행보를 공개하며 파운드리 등 사업 전반에 걸친 고객사 확보에 나선 모습을 전략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최근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의 미국 출장 행보를 공개하며 파운드리 등 사업 전반에 걸친 고객사 확보에 나선 모습을 전략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지난 70년간 한국은 글로벌 경제 역사상 가장 괄목할 만한 변화를 이뤄냈다.” 세계은행은 ‘2024 세계개발보고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1인당 국민소득(GDI)이 1960년대 초반 1200달러에서 2023년 3만3000달러로 30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한국은 가열찬 기세로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이는 모든 산업 구성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이지만, 선도기업의 총수들은 한국 경제를 이끄는 선봉장이자 구심점인 만큼 그들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이지경제’에서는 [연속기획]으로 한국 경제·산업계를 움직이는 핵심 인물들을 집중 분석한다. 중공업, 화학, 에너지, 건설, 자동차, 금융, 유통, 엔터, IT, 전자, 제약, 메디컬 등 분야를 망라해 ‘키맨’들을 다루는 이 기획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조망하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이지경제=김용석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신형 폴더블 스마트폰 시리즈의 흥행 및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확보, ‘갤럭시 AI’ 등 AI 기반 서비스 확대 등 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특유의 ‘조용하지만 분명한 사업 행보’가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삼성전자의 도전과 관련해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전까지 삼성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완전히 새로운 먹거리의 발굴보다는 ‘반도체’와 ‘모바일’로 대표되는 기존 사업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아이템의 필요성을 이 회장이 시의적절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전까지 이재용 회장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은 여러 내·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사업가’보다는 ‘돈 많은 동네 형’ 이미지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사업 전반에 이재용 회장이 직접 나서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고, 오히려 정부 사업 등에 참가하는 재벌 총수 무리에 섞여 있는 모습이 더 많이 노출된 바 있다. 여기에 해당 현장에서도 솔직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며 화제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는 반대로 회장 취임 이후 경영적인 측면에서 제대로 된 구심점 역할을 해오지 못했다는 지적을 같이 받는 원인이 됐다.

최근 이재용 회장의 행보는 이런 모습과 180도 달라졌다는 평가다. ‘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는 목표 아래 자신이 직접 현장을 뛰며 사실상 영업에 나선 모습이 여럿 확인되면서 이재용표 ‘뉴 삼성’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제품 QC 논란 등 사업 전반에 걸친 이슈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 해결과 신사업 발굴 모두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문제가 누적돼 발생하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발굴 및 투자를 통해 사업 리스트를 새롭게 개편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 이전과 다른 적극적인 글로벌 행보 이어가는 중

2022년 이재용 회장의 회장 취임 이후 삼성전자는 무엇으로 대표할 수 있는 아주 큰 변화는 없었지만, 동시에 안정적인 현황을 큰 하락세 없이 유지했다는 평가도 같이 받고 있다. 사실상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14년 이건희 전 회장이 쓰러진 이후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 총괄에 나서면서 지속해서 그룹 경영을 해왔기에, 폭발적인 변화 없이 현상을 유지해온 ‘관리의 삼성’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줘왔다는 평가다. 물론 이 관리의 삼성이 발전 없이 현질에 안주한다는 이미지라는 지적도 있지만, 전 세계적인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현재를 돌아보면 그 어떠한 평가보다 고평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은 최근에는 이런 관리 중심의 포지션에서 벗어나 직접 발 벗고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지난해에도 직접 네덜란드로 가 ASML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동탄에 EUV 공동연구소 건립을 결정했고, 올해 초 미국 출장을 통해 메타와 퀄컴, 아마존의 CEO 및 경영진들과 만나 사업 의견을 주고받는 등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테크 기업의 경영진과 만나 논의를 주고받는 모습은 과거라면 직접적인 공개를 피했을 사안이지만, 이번 출장 때는 삼성전자가 직접 사진을 공개하며 주요 사업에 적극적으로 힘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회장이 주력으로 놓고 있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올 2분기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의 주요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1분기까지는 실적 악화 등 부정적인 지표와 전망이 이어졌지만, 파운더리 중심의 반도체 실적이 이를 모두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이는 MX 사업부(과거 무선사업부) 성과와 비교하면 이 회장의 선택과 집중이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도 나왔다. 글로벌 시장에서 MX 사업부가 끼치는 영향력과 이미지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반도체 부문의 실적이 MX 사업의 안정적인 운영 및 도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전까지 이재용 회장은 냉철한 사업가보다는 친근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고, 현재도 MOU 등 중요 행사 외에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전까지 이재용 회장은 냉철한 사업가보다는 친근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고, 현재도 MOU 등 중요 행사 외에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해결해야 할 문제 많다”는 지적도 이어져

물론 이재용 회장의 이런 행보와 사업 전략에 부정적인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반도체 부문에 있어 파운더리 분야에 투자를 단행한 것이 오히려 삼성전자의 주력 반도체 사업군인 D램 부문에 있어 적신호가 됐다는 지적이다. 기술 격차를 꾸준히 벌려놔야 하는 시점에 생산 물량에 집중하는 선택을 하면서 하이닉스를 비롯한 경쟁사가 추격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여기에 작년까지 B2C로 공급되는 DDR5 램의 불량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제품 신뢰도에 금이 갔다는 것이다. 신공정을 적용한 고용량, 고효율의 제품을 지속해서 시장에 선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제품들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발목을 잡으면서 신제품 홍보가 필요한 시점에 성능 홍보가 아닌 신뢰도 회복에 집중하는 역량 낭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업 이슈가 비단 D램뿐만 아니라 사업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과거 GOS(강제적 성능 저하) 이슈 이후 지지부진한 성능 관련 신뢰 회복, 타이젠 OS의 고질적인 버그에 대한 피드백으로 혹평이 이어지고 있는 게이밍 모니터, 최근 제품 전반에 걸쳐 이슈가 되고 있는 QC 문제 등 소비자 이탈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 제품 유통 단계에서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발생한 ‘갤럭시 버즈3 프로’의 QC 이슈는 삼성전자의 제품 QC 전체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질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도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고 사용하게 되는 제품에 대한 이슈가 연거푸 발생하고 있는 점을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가 언급될 때마다 노동자 처우 이슈나 경영권 승계 관련 법적 공방이 최우선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제품 자체의 신뢰도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직접적인 제품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의 사업 전반에 걸친 신뢰에 의문이 제기되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선택과 집중에 일부 전문가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올해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영업이익 상승이라는 결과를 분명히 보여줬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선택과 집중에 일부 전문가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올해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영업이익 상승이라는 결과를 분명히 보여줬다. 사진=삼성전자

◆ 이재용발 ‘뉴 삼성’ 보여줄 수 있을까

이런 부정적인 이슈가 지속해서 노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계 전문가들은 이재용발 ‘뉴 삼성’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파운드리 중심의 반도체 투자는 부정적인 여론이 많지만, 실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성과로 투자에 대한 결괏값을 수치로 보여줬고, D램 분야 점유율 역시 1위를 수성하면서 사업 전반에 걸쳐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능성이 있는 미래 먹거리 분야에 대한 투자 역시 지분 투자 형식의 모습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어 향후 M&A(인수합병) 기반의 사업 확장도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이재용 회장이 부회장 시절 진행한 M&A 중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스마트싱스와 루프페이, 비브랩스, 하만 등이 언급된다. 인수 당시 관계자들은 갤럭시 등 삼성전자의 생산품에 편의 기능을 넣기 위해 ‘특허 확보 차원에서의 인수 합병’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현재 삼성전자가 메인으로 내세우고 있는 ‘AI 가전’, ‘갤럭시 AI’ 등 사업 확대에 있어 중요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M&A 자체는 지난 2017년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지만,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전개한 지분 투자 등을 통해 ‘언제든 M&A를 통해 신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사업을 선보일 수 있다’는 포지션을 유지 중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자체가 국내 규모 1위의 절대적인 기업이기 때문에 사업 중 발생하는 트러블과 이슈로 인한 비난은 결국 기업의 총수인 이재용 회장에게 향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까지 삼성전자의 성장세와 규모를 유지해 왔다는 점, 그리고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발굴과 투자를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모습보다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여러 악재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사업 방향성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며, 적극적인 행보와 빠른 노출로 이후 전개할 신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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