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등 데이터 센터 수요 증가...실제 시설 구축은 적어
정부 규제·이슈 등 국내 데이터 센터 강점 적다는 분석
“규제완화 등 정공법으로 헤쳐나가야 할 때”라는 의견도

최근 데이터 센터 구축은 국내 대형 업체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글로벌 기업 유치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네이버
최근 데이터 센터 구축은 국내 대형 업체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글로벌 기업 유치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네이버

[이지경제=김용석 기자]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과 관련 서비스가 주목받는 가운데, 기술 구현의 기초적인 설비로 평가받는 ‘데이터 센터’의 구축에 국내 IT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에도 카카오 등 인터넷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들이 데이터 센터를 완공하고 추가적인 시설 구축을 준비하면서 국내 IT업계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한 신사업 활성화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 센터 활성화에 있어 핵심으로 평가받는 글로벌 IT업체 유치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의 경우 한국이 아예 예정 부지 선정에 있어 후보군 단계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과거 데이터 센터 구축을 위한 밑작업 등이 이뤄졌던 2020년 이전과 비교하면 ‘코리아 패싱’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의 데이터 센터 규제 강화, 망 사용료 이슈 등 여러 부정적 요소가 산재해 있어 타 국가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의견이다. 같은 지역 입지와 조건이라면 굳이 한국에 데이터 센터를 여러 규제를 손실로 수용하며 시설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각각 일본과 말레이시아, 태국에 새롭게 데이터 센터 설립을 결정하면서 아시아 지역 센터 수요를 채워 이미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국내 데이터 센터 현황은

데이터 센터는 인터넷을 통한 데이터 전송과 활용, 이를 이용한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필요성이 커진 시설이다. 특히 최근에는 AI 기술 및 서비스 활용에 있어 연산에 기반이 되는 기초 정보를 보관하고, 연산 시 이를 불러오고, 연산한 결괏값을 다시 옮기는 작업이 필수가 되면서 데이터 센터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런 데이터 센터의 설비 마련과 서비스를 통신사가 겸해서 제공하고 있다.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와 계열사가 국내에서 사용되는 데이터 센터의 대부분을 제공하고 있으며, 드림라인과 세종텔레콤 등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중견 통신사들도 별도의 데이터 센터를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포털 계열 업체도 데이터 센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강원도 춘천에 ‘데이터 센터 각’을 지난 2013년 첫 가동을 시작했고, 세종시에 제2 데이터 센터인 ‘각 세종’을 2023년 완공해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독립형 데이터 센터인 ‘카카오 안산 데이터 센터’를 지난 6월 공개했고, 추가로 제2 데이터 센터를 세우기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섰다. 또 카카오의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전라남도,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공사, 파인앤파트너스자산운용, KB증권, 장성군 등과 협력해 장성군 남면 첨단지구에 구축 예정인 데이터센터의 설계 및 인프라 설비 구축, 일괄위탁운영에 참여한다.

데이터 센터 이용 패턴은 과거 통신사 설비를 임대해 이용하는 형태에서 업체가 자체 데이터 센터를 구축해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데이터 센터 이용 패턴은 과거 통신사 설비를 임대해 이용하는 형태에서 업체가 자체 데이터 센터를 구축해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 2020년 이후 글로벌 데이터 센터 건설은 ‘전무’

하지만 이런 국내 업체의 데이터 센터 구축 및 운영과 달리 글로벌 IT 업체의 데이터 센터 건립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것이 현실이다. MS와 AWS가 2020년 이전 각각 독자적인 데이터 센터와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보관소 역할을 하는 ‘리전’을 구축해 운영을 이어오고 있으나 2020년 이후에는 이렇다 할 데이터 센터 준비 움직임은 전무한 상태다.

국내 데이터 센터 건립을 타진하다 다른 국가를 선택한 경우로는 구글이 가장 대표적이다. 구글은 유튜브 서비스 등의 폭발적인 트래픽 증가를 이유로 국내 지역에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려고 했으나, 최종적으로는 국내 데이터 센터 구축이 무산되고 데이터를 백업 및 관리하는 중개 서버만을 운영하기로 한다. 이후 구글은 아시아 다른 국가에 데이터 센터 부지를 찾았고, 최종적으로는 2023년 일본에 데이터 센터를 세우면서 아시아 지역의 데이터 관리 거점을 확보했다.

리전을 통해 데이터 센터 구축 밑 작업을 진행했던 AWS 역시 구글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줬다. 2020년 이전까지는 데이터 센터와 관련한 추가 인력 채용 및 본사 인원도 직접 배치됐으나, 최종적으로는 해당 인력들이 다시 다른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로 재배치되는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AWS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는 정상 운영되고 있지만, 추가 투자 등에 있어서는 이번 결정으로 후순위로 밀렸다는 평가다.

◆ 규제 완화·이슈 해소 등 문제점 해결해야

이에 대해 IT업계 관계자들은 데이터 센터 운영을 위해 거쳐야 하는 정부 규제가 장애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국내서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선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력 계통 영향평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직접 정보통신시설보호 지침’ 등을 먼저 수행해야 하는데, 이것이 사업자 부담으로 작용해 투자 우선순위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또 국내 시장의 기형적인 망 사용료 구조로 인해 데이터 센터 구축 이후 책정될 천문학적인 망 사용 비용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진행된 ‘한국 클라우드 & 데이터 센터 컨벤션’에서 송준화 데이터 센터 에너지 효율협회 국장은 국내 데이터 센터 시장은 각종 정부 규제와 주민 민원 등으로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데이터 사용량이 월등히 높은 국가이기에 센터 수요 매력도는 높지만, 규제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탓에 그 어떤 기업도 데이터 센터 구축 및 시설 확장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를 통과하면 통신사와 망 사용료 등과 관련한 협상을 해야 하고, 이것도 조율했다 하더라도 데이터 센터 입주 부지의 지역 주민과의 분쟁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어떤 글로벌 업체가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려고 할 지 모르겠다”며 “사실 다른 대책보다도 정부의 규제를 완화하고, 망 사용료 이슈를 조율하고, 데이터 센터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작업을 서둘러 진행하는 것이 가장 빠르면서도 큰 잡음 없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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