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다시금 주목받고 있지만 인재 채용은 ‘엉거주춤’
신입보다는 경력직, 정규직보다는 계약직 채용 사례 급증
“즉각적인 비용절감 가능해도 장기적으론 신입 채용 필수”

업체의 실적 중 가장 빠르게 개선 가능한 것이 인사 관련 부분이라는 점에서 공개 채용뿐만 아니라 상시 채용의 문도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사진=넥슨
업체의 실적 중 가장 빠르게 개선 가능한 것이 인사 관련 부분이라는 점에서 공개 채용뿐만 아니라 상시 채용의 문도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사진=넥슨

[이지경제=김용석 기자] 국내 게임업계가 모처럼 글로벌 게임쇼 등에서 여러 신작을 공개하며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게임 개발의 근간이 되는 ‘인재 채용’에 있어서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빙하기가 지속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특히 타 업종 대비 상시 채용을 지속해서 이어가던 게임 개발 직군에서도 채용 공고 자체를 줄이거나 경력직 중심으로 조건을 변경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게임업계의 채용 현황을 확인해본 결과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경력직을 뽑는다 하더라도 이미 여러 개발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낸 높은 퀄리티의 포트폴리오나 론칭 타이틀을 보유한 구직자를 채용하려는 모습이 여럿 확인되고 있다. 과거 신입을 채용해 회사의 개발 자원으로 활용하고자 했던 모습이 올해는 그 케이스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에서는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던 이전 상황과 달리 엔데믹 이후 수익 급감 등 경영 측면에서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인재 채용 부문까지 후폭풍에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업체에게 빠른 실적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비용 감소를 인사 부문에서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채용 움직임 역시 영향을 받게 됐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장기적으로는 신규 인력 채용이 절실한 상황에도 외부적인 이유로 인력 확보에 소홀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현재 상황은 신입보다는 ‘경력직’ 선호

불과 2~3년 전만 해도 게임산업 직군의 구직 난이도는 어렵지는 않다는 인식이 강했다. 물론 경력이 있다면 보다 빠르게 취직할 수 있었지만, 경력이 없다 하더라도 자신만의 노하우와 기술 등을 담아낸 포트폴리오만 잘 준비하면 취업까지는 무난하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포트폴리오의 완성도만 기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준다면 학력 등 다른 조건은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정도로 실무 중심의 채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 돌입한 현재 게임업계의 구직 양상은 어느 때보다 추운 빙하기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신입과 경력 구분 없이 채용을 진행했던 개발자, 프로그래머, 아트 직군에 대해 다수의 업체가 경력직 채용만을 하는 것으로 게임잡 등 채용 전문 사이트를 통해 확인됐다. 여기에 신입 지원도 가능한 구인 공고의 경우 경력에 대한 우대사항을 상세하게 적고 있어 사실상 경력직을 뽑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어필하고 있는 사례도 증가했다.

여기에 과거라면 정규직 신입으로 채용을 진행했을 공고조차 경력직 및 계약직으로 사람을 모집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물론 공고의 추가 조항으로 ‘일정 기간 근무 후 정직원 전환’ 등의 사항이 병기되어 있지만, 정규직 전환 비율이 낮다는 것을 이미 많은 구직자가 알고 있어 지원을 고민하고 있다는 의견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에 한 구직 희망자는 “신입 구직자에 대한 허들이 계속해서 높아지다보니 커뮤니티 등에선 ‘올해 공채 놓치면 끝장’이라는 분위기가 공공연히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게임업계 채용 한파의 가장 큰 문제는 신규 인력 채용이 끊기다시피 해 경력직 채용만 진행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경기게임마이스터고
현재 게임업계 채용 한파의 가장 큰 문제는 신규 인력 채용이 끊기다시피 해 경력직 채용만 진행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경기게임마이스터고

◆ 개발팀은 새로운 인력 필요하지만 운영팀은 부정적 입장 고수

이런 상황에 대해 실제 인력을 필요로 하는 개발직군 관계자들, 특히 팀장급 개발자들은 동일하게 인력 충원을 하고 싶어도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아 답답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영지원팀을 필두로 한 회사 운영부서에서 인력 충원에 대한 제한을 걸면서 신입 채용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최근 게임 개발 트렌드가 대규모 개발 인력을 투입해 큰 사이즈의 게임을 개발하거나, 아니면 단기간 내에 완성된 게임을 선보여야 하는 상황임에도 인력 충원에 대한 요청은 쉽게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영지원 관련 관계자들은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의견이 아니라 외부 투자자와 주주의 의견을 반영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외부에서 실적 개선과 게임 출시 스케줄을 맞추라는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인사 부문에서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기업에서도 인력 채용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중견업체의 경우 외부 등쌀을 이겨내기란 사실상 힘들다는 주장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런 인력 채용 문제는 비단 중견업체뿐만 아니라 대기업급 규모를 갖추고 있는 업체에도 이어지고 있다. 큰 업체의 경우 게임 개발 및 서비스 운영에 있어 필수로 필요한 시스템 기획 및 콘텐츠 기획 담당자 채용에도 정규직이 아닌 1년 이상 3년 미만의 장기 계약직을 채용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 계약직의 경우 일반 계약직에 비해 정규직 전환 확률이 높다고 하지만, 오히려 단기 계약직을 파트별로 나눠 운영하는 사례가 추가로 확인되고 있어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가능성 역시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입 채용 확대해야”

현 상황에 대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게임 개발사가 엔데믹 이후 발생한 실적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인사 부문을 잘못 건드리면서 발생한 촌극이라고 평가했다. 업체로서는 인력 감축을 지속해서 해나가야 할 시기에 개발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며, 어떻게든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면 게임 개발 작업이 바로 가능한 경력직을 선호하게 되면서 현재와 같은 ‘채용 사막화’ 현상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경력직 중심의 채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단기적으로는 빠른 게임 개발 및 출시를 진행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신입 채용 없이 경력직 중심의 채용이 계속해서 이어질 경우 종합적인 인건비 지출 등에 있어서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기존 경험을 기반으로 게임 개발에 나서는 경력직이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 중심의 신작 개발에 더딘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비용적인 측면에서 가장 빠르게 적용이 가능한 사안은 인사와 관련된 부분이다보니 사내 구조조정은 물론, 인재 채용에서도 업계 전반에 걸친 잡음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단기적으로는 경력직이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새롭게 채용되는 신입 인력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개발 역량과 창의성 기반의 아이디어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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