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투자와 성장 기대되는 유망 산업으로 ‘우뚝’
내부적으로는 성장보다 적자 우려 지속적으로 제기돼
“시스템 개편과 종목 확대 등 개선안 필요하다” 지적

금융업계와 제약업계 등 젊은 나이대의 고객 유치가 필요한 산업에서는 e스포츠를 새로운 고객 유치 창구로 주목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금융업계와 제약업계 등 젊은 나이대의 고객 유치가 필요한 산업에서는 e스포츠를 새로운 고객 유치 창구로 주목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이지경제=김용석 기자] 국내 게임 산업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는 부문은 ‘보는 게임’의 시작을 알린 e스포츠(Electronic sports, e-Sports)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글로벌 게임 산업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2조4181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는 통계가 나왔다. 스폰서십 및 광고 시장 규모가 1조3100억원, 중계권 시장 규모가 4275억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실제로 e스포츠 산업에 종사 중인 사람들은 이런 핑크빛 미래가 과연 정상적으로 올 수 있을지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은 e스포츠 산업에 있어 핵심 구성 중 하나로 자리 잡은 프로게임단과 e스포츠 운영 관련 업체들의 만성적인 적자를 꼽고 있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안정적인 리그 운영과 콘텐츠 개발을 위해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 마련과 개혁에 가까운 콘텐츠 부문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e스포츠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사실상 이 문화를 좋아하는 구성원들의 ‘열정페이’와 희생이 강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든 산업 발전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 젊은 사용자층 유입, 중동 미래 먹거리 등으로 국내 산업계 주목

e스포츠에 대한 정의와 가치, 일반 스포츠와의 차별점 등은 전문가들의 논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e스포츠가 탄생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젊은 사용자의 문화 콘텐츠’라는 인식은 변하지 않고 이어져 왔다는 점이다. 게임을 즐기는 대상이 점점 노령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음에도 e스포츠를 소비하는 주 연령층은 분명 2030에 집중돼 있다.

이런 연령대를 새로운 소비자로 영입하고자 하는 여러 업체들이 자연스럽게 e스포츠 산업에 관심을 보였고, 이는 대회 후원과 팀 후원, 더 나아가 프로게임단 운영 등의 형태로 이어져 왔다. 새롭게 사용자층을 확보해야 하는 금융권도 ‘스타크래프트1’을 시작으로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의 대회 후원까지 지속해서 이어오고 있고, 벤츠 등 수입차 업체들 역시 팀 단위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일부 업체는 아예 프로게임단을 창단, 상대적으로 젊은 e스포츠 향유층을 겨냥한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다.

e스포츠의 젊은 이미지를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기업 단위를 넘어 국가 단위로도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중동 국가에서는 ‘미래 먹거리 산업 활성화’를 이유로 게임 산업과 함께 e스포츠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e스포츠 연맹이 개최하는 국제 e스포츠 대회인 ‘e스포츠 월드컵’은 지난 2023년에만 총상금 4500만 달러(한화 약 601억원), 올해에는 6000만 달러(한화 약 802억원)로 증액되면서 e스포츠 시장의 규모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e스포츠 시장은 시청자와 관심도 등 성장 가능성은 커지고 있지만, 종목이 한정돼 있어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라이엇게임즈
국내 e스포츠 시장은 시청자와 관심도 등 성장 가능성은 커지고 있지만, 종목이 한정돼 있어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라이엇게임즈

◆ 내부로는 적자 지속되며 대책 마련 필요성 지적

하지만 이런 e스포츠 시장도 내부를 들여다보면 여러 문제점들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시장의 각 부문을 담당하는 업체들과, 프로팀이 운영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실적 부분에서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e스포츠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실상은 가건물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대표 프로게임단이자 글로벌 규모로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SK텔레콤 T1의 경우 지난 2023년 기준 매출 328억원, 영업이익은 -12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 대비 적자 폭을 줄였다고 하지만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계속해서 기록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T1의 영향력과 모기업 홍보 효과 등을 고려하면 구단 운영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은 언제든 실적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요인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런 적자 운영에 대해 게임단뿐만 아니라 e스포츠 종목을 공급하고 리그를 관리하는 게임사 역시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은 것은 아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국내 리그를 전담하는 업체 LCK는 출범 당시부터 대회 수익의 배분을 통해 게임단 운영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게임단들 역시 여러 매출원 확보를 위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실제 실적에서 적자 개선이 크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 “종목 확대, 추가 투자, 크라우드 펀딩 등 다각적인 노력 기울여야”

이에 대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지속적인 리그 운영과 매출 확대를 위해 프로게임단과 게임사, 대회 주최사 등 e스포츠 부문에 관련된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과 적극적인 시스템 적용이 필요하다고 공통되게 말하고 있다. 종목 자체가 한정돼 있어 매출 파이가 적다면 종목을 늘리고, 대회 규모에 비해 수익과 상금이 적다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추가 투자와 크라우드 펀딩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할 시기라는 의견이다.

특히 e스포츠 시장의 만성 적자는 시스템의 롤모델이 되었던 국내 일반 스포츠 리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던 사안이기에, 이를 반면교사 삼아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과거 국내 대기업들이 프로 스포츠 지원 자체를 줄이면서 다수의 e스포츠팀은 해체 수순을 밟았고, 이 인적 자원은 고스란히 중국 시장으로 흡수돼 국제 대회 성과에 영향을 미쳤던 사례도 있기에 국내 시장에서의 자멸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일부 e스포츠 대회나 리그의 경우 e스포츠 자체를 좋아하는 일부 인력의 희생에 가까운 비용 삭감과 인내로 운영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산업 자체에서 확인되는 내부 부실은 구성원의 이탈과 업체의 도산으로 이어지고, 이 빈자리는 자연스럽게 해외 투자자나 업체가 차지하게 되면서 시장 주도권을 뺏기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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