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 시작...20일 ‘은행권’부터 실시
‘금융안정’, ‘지속가능한 성장 위한 은행권 혁신’ 주제로 열띤 토론
“은행 수익 많을수록 사회적 논란 제기...은행권, 진지한 고민 필요”
시중은행장들은 혁신적 서비스 활성화 위한 규제개선 필요성 촉구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사진 가운데)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연합회장 및 19개 은행장들과 ‘금융 안정을 위한 리스크 관리’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은행권 혁신’에 대한 은행권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사진 가운데)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연합회장 및 19개 은행장들과 ‘금융 안정을 위한 리스크 관리’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은행권 혁신’에 대한 은행권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지경제=김민정 기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은행의 고수익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과 관련해 ‘은행권에 충분한 경쟁이 있는지’, ‘은행이 일반 기업과 같이 치열하게 혁신을 해왔는지’, ‘민생이 어려울 때 은행이 상생의지를 충분히 전달했는지’ 등을 화두로 제시하며 “은행권은 왜 이러한 비판들이 이어지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연합회장 및 19개 은행 은행장들과 만나 ‘금융안정을 위한 리스크 관리’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은행권 혁신’에 대한 논의의 시간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지금은 은행권이 경각심을 가지고 가계부채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2분기부터 서울 중심의 집값 상승세,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증가세로 전환한 현재 가계부채 상황을 언급하면서 이에 따른 정부 조치사항을 전달했다. 아울러 참석자들에게 “은행권 자율적으로 상환능력 즉, DSR에 기반한 가계부채 관리 체계를 갖춰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에 따라 정부는 ▲9월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하되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스트레스 금리를 0.75%p 대신 1.2%p로 상향 적용 ▲9월부터 은행권은 모든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내부관리 목적의 DSR을 산출하고, 내년부터는 이를 기반으로 은행별로 DSR 관리계획을 수립·이행 ▲가계대출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 시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거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등의 추가 조치 검토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또 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은행권의 접근방식 전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일회성 지원이 아닌 상환능력을 고려한 부채관리를 시스템으로 내재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상반기 소상공인 대출잔액이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말에 비해 약 380조원 늘어났다”면서 “정부가 금융권과 협력해 만기연장, 상환유예, 새출발기금 등의 조치를 취해왔지만, 소상공인 부채가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은행의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아울러 “소상공인에 맞춤형으로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차주의 상환 여건을 가장 잘 아는 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은행권의 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접근방식을 ‘차주 상환능력을 고려한 부채관리’ 시스템으로 내재화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권의 혁신 지원을 위한 규제개선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권이 예대마진과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전통적 영업모델을 탈피하고, 디지털·데이터 경제로의 전환,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른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만들어가는 데 진력해주길 바란다”면서 “이러한 혁신 노력은 금융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어야 하며, 국민경제적 필요에도 부응해야 한다. 은행권의 혁신 노력에 장애가 되는 규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걷어내겠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신뢰 회복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은 항상 신뢰의 정점에 있어야 함에도 최근 은행의 신뢰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 만큼 환골탈태한다는 심정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주길 바란다”면서 “그 과정에서 내년 1월에 시행되는 책무구조도를 하나의 전환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발표 후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던 은행 등 금융회사가 시장에서 재평가받고 있는 사례를 들면서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금융권의 성장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소상공인 지원 및 은행권 혁신 필요성에 공감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완화하는 게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이고, 은행이 먼저 소비자를 위해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은행에도 우호적인 제도와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꾸준히 논의돼 왔던 은행의 업무 범위 개선이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국민경제와 소비자 관점에서 다시 논의해 나간다면 최근 망분리 혁신과 같은 좋은 사례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은행장들은 ▲지난 2월부터 은행권 공동으로 집행 중인 2.1조원+α 민생금융지원 ▲경영 컨설팅 등 비금융 서비스를 통한 지원 ▲은행 자체 채무조정 프로그램 ▲인터넷전문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군 확대 등 각 은행의 소상공인 지원 현황을 공유하면서 앞으로도 소상공인 지원에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시중은행 은행장들은 현재 추진 중인 신사업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혁신적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비금융회사 지분취득 규제완화, 금융지주 내 계열사 간 데이터 공유 허용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방은행 은행장들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과 지방은행 간 협업 촉진 등을 제안했다.

한편 취임 2개월차를 맞은 김 위원장은 오늘 은행권을 시작으로 앞으로 약 1달간 금융권역별 CEO 등 현장 관계자들을 차례로 만나 가계부채, 소상공인 부채, 부동산 PF, 중소금융권 건전성 등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한 4대 리스크와 기업 밸류업 등 주요 현안 및 금융산업 발전방안을 논의한다. 일정은 8월 22일 여신금융업, 8월 28일 증권업, 9월 2일 저축은행업, 9월 5일 자산운용업, 9월 9일 상호금융권, 9월 11일 금융지주사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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