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카드사 해외결제 9조원 육박
연체율 관리, 기업카드 등 숙제도

사진=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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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최희우 기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여행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해외 결제 특화카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달 마지막으로 농협카드가 'NH트래블리' 카드를 출시하면서 5대 금융 모두 '트래블카드' 대전에 참전했다. 

트래블카드는 환전 수수료 없이 외화를 충전해 해외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갈수록 치열해지는 트래블카드 유치 경쟁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하나카드는 지난 2022년 6월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현재 50종이 넘는 외화를 수수료 없이 환전할 수 있고, 해외 결제 및 인출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바탕으로 최근 가입자 수 500만명, 환전액은 2조원을 넘어섰다.

다른 은행들도 다양한 혜택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 2월 출시한 '쏠(SOL)트래블 체크카드'는 42종 외화에 대한 무료 환전 혜택을 제공한다. 또 해외 결제 수수료,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 등을 면제한다. 

지난 4월 출시된 KB국민카드의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도 56종 환율 우대 통화 혜택과 해외 ATM 수수료 면제, 공항 라운지 할인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 출시된 우리은행의 '위비트래블 체크카드'는 외화 30종에 대해 무료 환전 혜택을 제공하고, 외화를 원화로 재환전할 경우 50%의 환율 우대율을 적용한다. 

지난 7월 마지막으로 농협카드가 'NH트래블리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외화 20종 무료 환전 혜택을 제공하고, 재환전 시 50% 환율 우대율을 적용한다. 또 전월 사용 실적 조건 없이 국내 가맹점 결제액에 0.2~0.6% 수준의 캐시백을 제공한다. 

◆ 휴가철 앞두고 트래블카드 가입자 수 '증가세'

이처럼 주요 금융지주에서 해외여행 특화 카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이유는 신규 고객 유치와 더불어 해외 여행객 수요로 인한 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농협)이 판매 중인 해외여행 특화 체크카드 가입자 수는 650만명에 육박했다. 선발주자인 하나카드가 50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 2월 중순 출시한 신한카드는 출시 5개월여 만에 발급 100만장을 돌파했다. 

지난 4월, 6월에 출시된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는 가입자 수는 비공개 상태이지만 각각 수십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실제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는 출시 4일 만에 10만장을 돌파하며 단일 상품으로 최단 기간 내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다. 

해외 결제는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은행계 카드사(하나·신한·우리·KB국민)의 체크카드 해외 이용금액은 약 1조8800억원이었다. 국내 7개 전업 카드사(현대·롯데·삼성 포함) 해외 체크카드 전체 결제액(약 1조8945억원)의 99.2%에 달한다. 

또 지난해 연간 기준 국내 9개 카드사의 개인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은 16조8526억원으로 전년(11조9358억원) 대비 41% 증가했다. 2년 전인 2021년(8조2898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커졌다. 하나카드의 해외 이용금액이 985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신한카드(4657억원), 우리카드(2485억원) 순이었다.

◆ 과도한 경쟁 및 상품의 차별성 적다는 우려도 

다만 일각에서는 해외 특화카드 열풍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비슷한 상품이 꾸준히 출시되면서 차별성이 적다는 것과 과도한 경쟁이 지속되면 결국 역마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주요 은행에서 트래블카드를 출시하다보니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발생되는 비용은 부담스럽지만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라며 "본격적인 휴가철이라 이때 고객 유치를 잘해야만 트래블카드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만큼 좀 더 다양하고 차별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월 한국신용카드학회 춘계 세미나에서 "카드 시장에서 트래블카드는 고객 특화 성공 사례 중 베스트"라면서 "라운지 서비스, 수수료 무료 등의 경쟁보다는 오히려 신규 수익 창출 기회를 만들고 수익을 고객과 공유하는 게 낫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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