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기획] ‘AI 시대’ 고객 관리부터 보안·사업개발까지 싹 바뀐다 ③ - 보험
AI 활용 범위 확대...고객 편의성 증가
금융당국의 선제적 가이드라인도 필요

사진=언스플래쉬
사진=언스플래쉬

[이지경제=최희우 기자] 다양한 산업에서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에서는 이를 위한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보험업계 최초로 경도인지장애와 최경증 치매까지 보장범위를 확대한 상품을 출시했다. 또 특약 시 업계 처음으로 로봇을 제공한다. 돌봄로봇 '다솜이'는 챗GPT 4o를 융합해 치매 직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상태가 치매로 발전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최경증 치매의 악화를 지연시킬 수 있는 '치매특화 인지기능 훈련 프로그램'이 탑재됐다. ▲말벗 기능 ▲24시간 위기감지 ▲긴급콜 ▲복약알림 ▲건강데이터 관리 등 최신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치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층 강화된 '시니어 케어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해당 서비스는 보험 가입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부가 서비스로, 약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건강상담 및 병원예약을 대행하는 '평상시 건강관리 서비스'와 입원 시 간병인·가사도우미·재활운동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진단시 케어서비스'로 이루어져 있다.

이미지=삼성화재
이미지=삼성화재

삼성화재는 최근 장기보험 상병심사 시스템 '장기U'의 특허를 획득했다. 장기U 시스템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피보험자의 질병을 고려해 보험사가 인수할 수 있는 최적의 담보를 빠른 시간 내에 찾아준다. 고객이 고지한 내용과 보험금 청구 이력을 살펴 AI가 스스로 심사하고 승인 여부를 알려준다.

신한라이프는 지난달 AI 기반의 보험금 신속지급 서비스 'S-패스'를 론칭했다. S-패스는 고객이 신한SOL라이프 앱 또는 홈페이지 사이버창구에 접속해 진료 정보를 입력하고 보험금을 청구하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한다. 심사 과정 없이 즉시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우선 심사로 분류해 신속한 처리가 가능하다.

DB손해보험은 빅데이터 기반의 고객 맞춤형 설계와 사전 인수심사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AI비서(사전U/W)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 AI비서는 정보 이용에 동의한 고객에 대해 설계사 및 지점장이 신청하면 자동으로 설계 번호를 생성한다. AI가 기존 가입 내용을 분석해 가입 설계 내용을 정하고 사고 정보 등을 확보해 인수심사를 미리 수행한 후 결과를 제공한다.

사진=롯데손해보험
사진=롯데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이 지난해부터 가동한 '장기 인공지능 보험인수 시스템(AUS)'은 가입자의 특성과 질병력을 바탕으로 가입 가능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심사자가 설명하기 어려운 '대안상품 안내'와 '상품 추천 기능'을 업계 최초로 개발·탑재해 조만간 간편보험 심사에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특히 AUS를 통해 100% 자동심사가 진행 중인 운전자보험의 인수거절률은 지난해 8월 이후 0%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AUS를 통해 간편보험의 심사도 완전 자동화하고 인수정책 최적화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높일 예정이다.

롯데손해보험 관계자는 "인공지능 기반의 보험 심사 시스템을 통해 심사자는 보다 복잡한 계약과 인수정책 수립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이와 같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을 완성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인공지능 기반 광학식 문자 인식 시스템(AI OCR)을 도입,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하면 빠르게 심사하고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입원을 수반하지 않는 간단한 보험금의 경우 5분 이내로 지급 처리가 가능하다. 특히 의사 진단서나 소견서의 자연어까지 인식하는 등 고도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KB손해보험은 보험업계 최초로 AI 명함 서비스를 도입했다. AI 명함은 사진 1장과 10초 분량의 음성만으로 보험설계사와 동일한 모습의 가상인간을 구현해 최대 1분 분량의 맞춤형 메시지를 전달하는 서비스다. KB손해보험은 AI 명함 서비스를 KB손해보험 골드멤버 약 300명을 대상으로 2개월 동안 시범 운영한다. 이후 KB손해보험 전속 설계사와 임직원을 대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 “AI 서비스 플랫폼에 걸맞은 제도 마련돼야”

하지만 디지털 서비스가 다양해진 만큼 제도 마련이 선행되지 않으면 보험 AI 발전이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설명 가능성, 신뢰성, 편향성, 개인정보, 사이버 리스크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일 '데이터 활용·거래 현황과 보험회사 과제'를 주제로 열린 보험연구원 세미나에서 안철경 원장은 "데이터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자원으로 꼽히고 있다"며 "정책적으로도 데이터에 대한 관점이 기존 보호 중심에서 활용 중심으로 전환돼 데이터 산업의 빠른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원장은 "보험산업 역시 데이터산업에서 새로운 사업 모형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보험사도 보유 중인 데이터에 AI 분석을 적용해 소비자 이해도와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보험사는 생성형 AI를 이해하고 미래 데이터 거래 역량을 갖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AI 활용에 따른 이슈와 함께 생성형 AI의 등장은 할루시네이션(환각), 오정보의 생성·확산으로 피해가 확대될 수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AI를 활용하는 움직임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개인화된 맞춤 보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보험금을 쉽게 청구하고 회사가 신속·정확하게 지급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앞으로도 고객의 관점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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