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6일 이후 처음 2600선 아래 마감
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환손실 공포↑
코스피 선물 연속 순매도..."당분간 달러 강세"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고 떠나는 '셀 코리아'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고유가에 자극받은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까지 치솟자 환손실 부담이 커진 탓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5일부터 전날까지 2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다. 지난 15일 2381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던 외국인은 전날 2745억원 순매도에 나섰다. 지난 2일과 11일 각 1조원 넘게 사들인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이날 환율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17개월 만에 장중 140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뛰면 원화 약세로 외국인들의 환손실이 늘어나 매도 압력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금리와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에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돼 낙폭을 확대했다"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밸류업 정책 발언에 일부 금융주 수급이 유입됐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에 영향력이 미미했다"고 평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시 급락의 본질은 원·달러 환율의 오버슈팅 영향이 큰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며 "향후 이 환율의 향방에 따라 증시 불안이 징정 혹은 반등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환율이 1370원을 넘어선 지난 12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627억원 순매도했고, 1380원을 돌파한 지난 15일에는 2554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도 2702억원 순매도하며 3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나타냈다.

선물 시장에서는 외국인 매도세가 더 강하게 나타났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200 선물을 4조2830억원 가량 순매도했다. 최근 5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이날 하루에만 선물 1조1397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17일 오후 3시 30분경 코스피 지수 추이 그래프. 이미지=네이버증권 캡쳐

외국인 매도세가 강해지면서 지난 16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60.8p(2.28%) 하락한 2609.6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2600선에 거래된 건 종가 기준 지난 2월7일(2609.58) 이후 2개월여 만이다. 17일 장이 열리자마자 하락학 코스피는 장중 2600선이 깨지며 등락을 반복하다 전일 대비 0.98% 내린 2584.18에 마감했다.

증권가에선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 강세를 유발하는 거시경제 요인이 당분간 변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매년 4월은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받은 배당금을 자국으로 송금하는 시기여서 외화 유출에 따른 원화 약세 압력이 일시적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배당금 지급에 따른 달러 수요에 지정학적 갈등 격화에 따른 위험회피까지 더해지면서 당분간 환율은 추가 오버슈팅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1차 상단은 1400원인데 중동 갈등이 확전으로 연결될 경우 2차 상단은 1440원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올 들어 외국인 매수 규모가 워낙 컸던 만큼 이틀간의 매도로 방향성이 바뀌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올 들어 한국 증시에서 사들인 규모가 19조원이기 때문에 매매 방향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고금리에 강달러로 외국인들이 헤지 차원에서 주식 매도에 나선 것이지 시장의 펀더멘털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밤 뉴욕 증시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금리 인하 지연 시사 발언과 국채 금리 상승에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공개 행사에서 최근 지표에 대해 "2% 물가 목표로 복귀하는 데 추가적인 진전의 부족을 보여준다"며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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