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 잔액, 3월 줄었다가 다시 증가
중·저신용자, 카드론 쏠림 현상 심화

지난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이 적용 대상으로 포함됨에 따라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여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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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최희우 기자] 지난달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이용액이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카드론 금리가 평균 14%대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수요가 쏠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카드론 잔액이 40조원에 육박하고 연체율이 급등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카드사들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7조206억원으로 3월(36조5412억원)보다 4794억원 증가했다. NH농협카드를 포함한 카드론 잔액은 39조9644억원으로 같은 기간 4823억원 늘었다.

또 8곳의 합산 순이익은 7244억원이다. 같은 기간(4560억원) 대비 58.9% 증가했다. 순이익이 오른 배경에는 조달 비용 절감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해당 시기 여전채(AA+, 3년물) 금리 상단의 격차는 1.56%포인트(p)로 올해가 더 낮다. 

연체율이 가장 낮은 곳은 현대카드다. 지난해 말 카드업계에서는 유일하게 0%선을 유지했지만, 올해 0.07%p 상승한 1.04%로 집계됐다. 이어 삼성카드의 연체율은 1.16%로 같은 기간 0.11%p 낮아졌다.

문제는 대환대출도 같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대환대출은 대출 갈아타기로 카드론 상환이 힘든 차주들이 카드사로부터 상환자금을 다시 대출 받는 것을 말한다.

대환대출을 제공하지 않은 BC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의 4월 말 기준 대환대출 잔액은 1조7981억원으로, 3월(1조7441억원)보다 540억원 늘었다. NH농협카드를 포함하면 1조7806억원에서 1조8353억원으로 547억원 증가했다. 

카드론 이용 규모만 늘어난 배경은 내수부진 속 저축은행 등 카드사를 제외한 2금융권 전반에서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2분기 2금융권 대출태도지수를 보면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조합은 '-27', 상호저축은행은 '-21'로 나타났다. 지수가 음수(-)로 커질수록 해당 기관의 대출태도가 더욱 강화됨을 뜻한다.

반면 신용카드사의 대출태도지수는 '-6'으로, 상대적으로 대출태도가 완화적이었다. 특히 카드발급 심사 단계에서 한도와 금리 등이 미리 정해지는 시스템상 고객 입장에서 카드론 등을 간편히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고객들의 상환능력이 악화됐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1분기 전체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을 뜯어보면 빚으로 빚을 갚는 형태인 대환대출 잔액이 1조853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6%나 급증했다.

카드업계의 연체율도 치솟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올해 1분기 연체율 1.31%로 지난해 말(1.03%) 대비 0.28%p 상승했고, 하나카드는 지난해 말 연체율 1.67%에서 올해 1분기 1.94%로 0.27%p 올랐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말 연체율 1.45%에서 올해 1분기 1.56%로 0.11%p, 우리카드는 지난해 말 연체율 1.22%에서 올해 1분기 1.46%로 0.24%p 악화됐다. 하나카드(2.3%), 우리카드(2.28%), KB국민카드(2.14%) 등 일부 카드사들에선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의 비율인 실질 연체율이 2%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연체율 악화에 카드론을 줄이고 비용절감 등의 노력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카드사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권에서도 여유치 않기 때문에 대출 문턱을 높이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이에 내부적으로도 계속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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