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기획] 추락하는 메타버스, 현황과 전망은 ② - 쇠퇴기
메타버스에 대한 정확한 기준과 주무부처조차 제대로 확정하지 못해
메타버스 유저들은 기존 플랫폼만 이용하는 패턴 더욱 심화되는 양상
정부발 메타버스 사업의 실패가 도미노로 메타버스 사업 전체 악영향

현재 정부가 주도한 독자적인 플랫폼 기반의 메타버스는 사용자는 물론이거니와 운영 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커뮤니티 등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이미지=서울시
현재 정부가 주도한 독자적인 플랫폼 기반의 메타버스는 사용자는 물론이거니와 운영 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커뮤니티 등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이미지=서울시

[이지경제=김용석 기자] 지난 2023년까지만 해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사업 계획과 프로젝트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일부 성공한 플랫폼을 제외하곤 메타버스가 ‘예산 낭비’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나 미래 먹거리 트렌드가 최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와 주변 사업으로 확장되기 시작하면서 메타버스에 관한 관심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메타버스 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도전한 업체 중 현재까지 살아남아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것이 현실이다. 지금도 활발하게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대형 메타버스 플랫폼과 이를 타깃으로 한 콘텐츠 생산 개발사 몇몇을 제외하면 현재 제대로 된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며, 구직 사이트에서도 메타버스 관련 채용 건수가 급감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대해 IT업계 관계자들은 사업 육성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과 목표조차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 육성을 주장하며 판을 키운 것 자체가 빠르게 시장에서 메타버스의 위치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명확한 목표와 계획이 있다 해도 성공한다고 장담하기 힘든 것이 산업 육성인데, 이 부분은 외면한 채 자금이 움직이고 관계 부처 관계자의 관심이 더해지면서 메타버스가 거대한 신기루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 ‘메타버스’에 대한 정확한 정의 자체가 불가능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육성의 대상이 되는 산업의 정확한 정의와 분석, 향후 방향성 설정 등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이 부분에서 뚜렷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자연스럽게 기술 분석과 사업 방향성에도 시장 내부에서 불협화음을 내는 요소로 작용하며 성장에 부정적인 요소로 지목됐다.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는 지금도 시장 내부에서 여러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메타버스의 환경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해 강경한 입장에서는 ‘현실에 기반을 두면서도 완전히 다른 가상 현실’을 필수 요소로 주장하고 있다. 즉,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프로젝트만이 진정한 메타버스라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온건한 입장에서는 ‘현실과 다른 공간’만 마련되면 메타버스로서 역할은 충분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온라인 기반의 게임 작품들 역시 메타버스의 일종이라고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서로 다른 주장은 정부 부처에서도 메타버스를 놓고 논쟁을 벌이면서 비슷한 양상을 보인 바 있다. 메타버스의 육성 및 관리 주무 부처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할지, 아니면 기존 게임 소관 부처였던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할지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시 서비스를 이어가던 일부 업체가 당시 게임 산업에 적용돼 있던 규제를 피하고자 자신들의 플랫폼 서비스를 게임이 아닌 메타버스라고 주장하는 등 촌극이 이어지기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독자적인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보다 기존에 성업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에 콘텐츠를 추가하는 방식을 유지했다면 현재와 사뭇 다른 상황이 이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미지=모장 스튜디오
많은 전문가들은 독자적인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보다 기존에 성업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에 콘텐츠를 추가하는 방식을 유지했다면 현재와 사뭇 다른 상황이 이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미지=모장 스튜디오

◆ 메타버스 타깃 대상자들은 기존 플랫폼에서 벗어나질 않아

이런 불확실성을 가진 채로 진행된 메타버스 산업의 육성은 당연하게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메타버스 플랫폼을 표방한 기존 서비스의 사용자는 매년 증가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오히려 기존의 플랫폼에 사용자가 집중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에서 여럿 시도되고 있던 자체 플랫폼 베이스의 메타버스에는 사용자의 관심이 없다시피 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외로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평가받는 ‘로블록스’와 ‘제페토’의 경우 지속해서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데 성공하며 플랫폼으로서 위치를 견고히 하고 있다. 로블록스는 2024년 2분기 기준 모든 지역에서 일간 활성 사용자(DAU) 수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한 7950만명을 기록했고, 제페토 역시 작년 최대 월간 활성 사용자(MAU) 수 2500만명을 기록하는 등 사용자 이탈 없이 플랫폼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단발성으로 제작된 정부부터의 메타버스 플랫폼에 그 누가 게임 플레이를 지속해서 이어갈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기존 활성화된 메타버스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추가하는 형태로 사업을 이어나갔더라면 최소한 접속자 측면에서 긍정적인 지표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 정부 주도 사업의 경우 이용자도 없다시피 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 발주 사업으로 진행된 ‘단독 플랫폼’ 형태의 메타버스 사업의 경우 사업 결과물에 있어 이미 여론의 질타를 받는 상황이다. 서비스 자체는 개발이 완료되었으나 서비스 개시를 통한 사업 성과, 사용자 지표, 사후 관리 등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단발성 성과 지표로만 사용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로 지목되고 있는 결과물은 ‘새만금 잼버리 메타버스’ 앱과 ‘메타버스 서울’ 앱이다. 먼저 새만금 잼버리 메타버스는 지난 2023년 5월 출시 이후 잼버리를 미리 경험하고 홍보하기 위한 취지로 개발이 되었으나 론칭 3개월 만에 업데이트가 중단되었고, 지난 2월 서비스가 종료된 바 있다. 메타버스 서울도 서울시가 작년 1월 '메타버스를 활용한 서울시 홍보 및 행정 시스템 접목' 등을 목적으로 론칭했으나 1년 만에 사용자가 급감했고, 서비스 2년을 넘기지 못한 채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한 IT업계 관계자는 “연이은 정부발 메타버스 사업의 실패는 단순한 혈세 낭비의 문제뿐만 아니라 향후 있을 메타버스의 긍정적인 전망과 가능성조차 대중들이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연이은 실패로 정부 단위의 메타버스 사업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일반 시장에서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눈 역시 시장 가능성이 없는 일부 대형 플랫폼 업체의 전유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저작권자 © 이지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