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배상 대표사례 선정ㆍ자료 분석 후 분조위 회부
은행권, 20일부터 잇따라 이사회...분쟁조정기준안 보고
은행권 ‘배임죄‘ 공포...금감원장 ”배임 이슈는 먼 이야기”
[이지경제=정석규 기자]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의 배상안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0~100% 차등배상이라는 기준은 발표됐지만 그 범위 안에서 각 은행이 투자자별로 얼마를 배상할 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우선 금융회사별로 대표사례를 뽑기로 했다.
투자자들의 피해 정도를 고려해 사례를 뽑은 뒤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한다는 방침이다.
분조위가 다루는 대표 분쟁조정 사례가 쌓이면 은행들은 이를 참고해 자율배상에 나설 수 있다.
앞서 금감원은 이달 11일 홍콩 ELS 분쟁 조정 기준안을 발표하며 기본배상비율과 공통배상비율을 정했다.
해당 기준안에 따르면 판매사의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기본·공통배상비율은 23~50%에 해당한다.
여기에 판매사 가중치(3~10%), 투자자 요소 ±45%포인트(p), 조정요인 ±10%p 등 가·감산 요소를 반영키로 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11개 ELS 주요 판매사들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재심의위원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올해 ELS 손실규모가 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피해규모가 큰데다 금감원이 은행권의 ELS 판매를 사실상 전부 불완전판매로 규정하고 전반적인 판매관리 부실도 드러난 만큼 고강도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의 배상을 책임진 은행들은 각기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금감원의 배상안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하고 있다.
홍콩 ELS 판매 규모가 큰 은행들은 금감원의 자율배상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하면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의 배상금을 물어줘야 하기에 은행들의 입장발표는 신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은행들은 이달 20일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홍콩 ELS 판매 은행들이 잇달아 이사회를 연다.
21일은 국민·신한은행, 22일은 우리은행, 29일은 SC제일은행이 각각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 은행들은 이사회에 금융감독원의 홍콩 ELS 분쟁조정기준안에 대해 보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나 법원의 공식적인 판단을 받기 전에 자율배상에 나설 경우 법률상 배임죄에 해당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각 은행 이사회가 자율배상안을 조기에 승인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자율배상에 나서도록 지속적으로 권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13일 개인투자자들과의 열린 토론 후 취재진과 만나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 사태가 발생 시 개별적으로 금융사를 상대로 소송하면, 비용이나 시간 노력, 정보 비대칭 측면에서 어렵기 때문에 당국이 불가피하게 책임 분담안을 마련한 것이다”며 소송을 통한 장기전으로 가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은행이 선제적인 자율배상에 나서면 배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단 주장과 관해 ”분쟁조정기준안을 법원이 적용하는 기준에 준해 마련했다는 점은 법률적 근거에 따른 것이고, 소비자와 책임을 분담하는 방안이 개별 금융사 배임 이슈에 연결된다는 점은 조금 먼 이야기다”며 판매사에도 적극적으로 자율배상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자율배상으로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은행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규제가 8%인데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경우 15.31% 수준"이라며 "지난해 말 (은행) 당기순이익도 1조3000억원 규모 상생금융, 추가 충당금 적립이 재무제표에 반영됐음에도 전년보다 당기순이익이 더 좋게 나온 상태”라고 일축했다.
이 원장은 18일 오후 6시 은행연합회 이사회와 정례회의 겸 만찬을 통해 회동 자리를 갖는다.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산업·기업은행, SC제일·한국씨티은행, 광주은행, 케이뱅크 등 11개 은행장들로 구성돼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번 만찬에서 이 원장이 은행장들과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을 것이다”며 ”피해자들의 불만이 크고 금융사별 배상안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진통이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어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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