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엇갈린 행보, 되려 대출금리 올린 저축은행
[이지경제=여지훈 기자] 최근 은행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하며 국내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수익을 지적한 정부의 압박에 은행들이 속속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 저축은행들이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 소비자들의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다.
이달 들어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은행들을 향해 잇따라 쓴소리를 뱉어냈다. 윤 대통령은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22일 개최된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에서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한 노력보다는 예대금리차를 기반으로 과도한 이자수익을 올리는 은행의 영업행태를 꼬집으며 이를 전면 재점검해 개선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3일에는 서울 하나은행 본점을 방문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역대 최대 이익을 달성한 은행권이 국민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부정적 여론에 귀 기울일 것을 강조하며 “은행권은 어려운 시기를 겪는 서민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취약차주 부담완화 등 상생금융을 실천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정부 주요 인사들로부터 쏟아져 나온 질타에 은행권은 즉각 반응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연달아 대출금리를 낮춘 KB국민은행은 오는 28일부터 또 한 번 대출금리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금리와 전세자금대출금리를 각각 최대 0.35%포인트(p), 0.55%p 낮춘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도 이달 21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낮추기로 했다. 본래는 거래실적 등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우대금리를 거래실적과 무관하게 6개월 변동형은 0.45%p, 5년 변동형은 0.20%p 높여 실질 대출금리를 그만큼 인하하는 식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금리 인하 경쟁에 동참했다. 같은 날 카카오뱅크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금리를 최대 0.7%p 인하하기로 했고, 신용대출 한도는 기존 2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마이너스통장대출 한도는 기존 2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케이뱅크 역시 22일 일반전세대출 금리 0.12%p 인하 방침을 밝히며 기존 3.84~5.35%였던 일반전세대출 금리를 3.72~5.23% 수준으로 하향했다. 케이뱅크 측에 따르면 이는 주요 은행 중 가장 낮은 전세대출 금리에 해당한다.
문제는 저축은행들이다. 저축은행중앙회가 공시한 각 저축은행 자료를 취합한 결과, 지난달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한 30여개 저축은행의 전체 취급액 기준 평균 대출금리는 16.32%였다. 반면 이달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의 평균 대출금리는 16.59%로 오히려 지난달 대비 0.24%p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기록한 15.97%에 견주어 보면 그 상승폭은 더욱 커진다. 5대 시중은행의 일반신용대출금리가 지난해 12월 6.69%에서 올해 1월 6.62%, 2월 6.12%로 낮아진 것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행보다.
일례로 저축은행 자산규모 순위 1위인 SBI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12월 가계신용대출 평균 대출금리는 15.71%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지난달 17.22%로 껑충 뛴 뒤 이달 들어 17.67%로 또 한 번 상승했다. 자산규모 순위 2위인 OK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평균 대출금리가 17.08%에서 18.14%를 거친 뒤 18.18%로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다만 이들 저축은행으로서도 할 말은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회사채 등 다양한 자금 조달 루트가 있는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자금 조달 루트가 예금뿐이므로 대출금리가 수신금리에 받는 영향이 훨씬 크다”면서 “저축은행의 수신금리는 올해 1월부터 조금씩 떨어졌고, 이러한 하락세가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시점은 내달쯤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대출을 위한 재원을 2~3개월 전 마련하는 저축은행 영업 특성상 이러한 시차가 발생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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