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금통위, 12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결정
“방향전환 준비 환경 조성돼...시기는 불확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지경제=최희우 기자] 한국은행이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가계부채와 외환시장 변동성 등은 금리 인하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1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5월에는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라 금리 인하 준비를 위해 차선을 바꿀지 말지 고민하는 상태였다"며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7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전원일치 의견으로 금리를 3.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 예상됐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소수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금통위는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12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다만 금통위 내부 논의에선 금리 인하를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6명 중 2명은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들은 물가상승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의견"이라며 "외환시장 동향과 가계부채 움직임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결정문(통방문)을 통해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의 지속 여부를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고, 외환시장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최근 2% 중반대로 내려온 소비자물가상승률 추이에 대해서는 "긍정적 변화이고 예상했던 바와 부합하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금리 인하와 관련된 발언들이 시장에 과도한 기대감으로 반영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외환시장,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다"며 "방향 전환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도권 부동산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이 총재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문제가 지난 5월보다 심각해졌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계부채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든지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통위원들이 모두 공감했다"고 말했다.

또 시장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너무 앞서서 반영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현재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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