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한국 경제·산업계를 움직이는 파워피플 ② - 구광모 LG그룹 회장
성과 저조한 사업 과감히 쳐내고 신사업 집중투자로 실적·체질 개선
마케팅도 젊고 감각적인 방향으로 변화...글로벌 MZ세대 적극 소통
취임 6년간 꾸준히 한 방향...혁신 드라이브 결과에 재계 이목 집중

구광모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신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 미진한 성과를 내는 사업에 대한 조정을 단행하면서 공격적인 내실 다지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LG그룹
구광모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신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 미진한 성과를 내는 사업에 대한 조정을 단행하면서 공격적인 내실 다지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LG그룹

[이지경제=김용석 기자] LG전자가 가전제품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 사업과 전장 부문 등으로 대표되는 신사업을 동시에 포트폴리오로 올리며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신사업의 경우 그룹사 차원의 실적으로 온전히 반영되기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올해 2분기 실적에도 스마트 팩토리 등 신사업을 활용한 성과가 데이터로 확인되면서 구광모 회장이 취임 이후 고수했던 체질 개선 행보가 빛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장 부문은 실적 공개 이전까지 수치적인 성과 달성은 힘들 것이라는 외부 전망까지 나왔지만, 2분기 실적을 통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 확인되면서 향후 3분기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이 새롭게 나오기도 했다.

이런 ‘구 회장표’ LG전자, 더 나아가 LG그룹 전체의 지금까지 행보와 관련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뿐만 아니라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의견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과감히 사업을 정리한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부의 경우 현재 추진하고 있는 AI 기반 IoT 가전 및 서비스, 전장 장비의 연결과 활용에 있어서 스마트폰의 부재가 발목을 잡는 형태는 이런 의견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전장 부문은 아직 국내 시장에 제대로 된 자율주행 차량이 언제 도입될지 예측조차 힘든 시점이고, 일반 가전 부문 역시 실적과는 별개로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가 지속해서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광모 회장의 선택은 세부적인 조정이나 변경은 있을지언정 지속적인 ‘실리주의’를 추구하는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MC 사업부뿐만 아니라 지속해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결정을 이어가고 있고, 성공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반대로 적극적인 투자와 규모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전자는 현재 한정된 B2B 창구에서만 운영하던 가전기기 렌탈 사업과 AI·로봇이 중심이 되는 스마트 팩토리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과거 LG가 유지해왔던 보수주의와 체면을 중시하던 모습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예전과 달라진 LG전자...과감한 선택과 집중, 공격적인 경영과 마케팅

구광모 회장의 취임 이후 LG전자의 가장 큰 변화는 누가 뭐라 해도 공격적일 정도로 기존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에 대한 행보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2018년 회장 취임 후 3년 동안 그룹 내 부진 사업 9개를 먼저 정리하면서 적자 사업 청산 움직임을 본격화했고, 마지막까지 실적 개선을 시도했던 MC 사업부를 해체하면서 그 어떤 사업도 기준에 미흡하다면 정리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LG전자는 최근에도 SM엔터테인먼트와 합작으로 설립한 홈트레이닝 콘텐츠 기업 ‘피트니스캔디’를 청산하면서 해당 기조를 지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실적이 미진한 사업에 대한 청산과 함께 신사업에 대한 투자 역시 구 회장 취임 이후 공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OLED와 로봇, 전장, AI 등 현재 LG전자가 공격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서비스 등을 선보이고 있는 아이템 대부분은 구 회장 취임 이후 집중적으로 사업 규모가 확장되면서 현재의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전장의 경우 본격적으로 실적 증대가 예상되는 자율주행 차량 도입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LG전자의 전장 부문 매출이 실적에 집계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여기에 마케팅 포지션에서도 공격적인 자세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전까지 LG의 광고와 마케팅은 기존의 문법을 그대로 답습하는 형태가 주를 이루었다면, 현재 LG의 마케팅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평이다. 과거 LG가 진행한 가전제품이나 서비스 홍보 형태는 제품의 기능과 형태만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면, 현재 LG는 기기나 서비스의 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경쟁 기업을 향한 도발 수준의 경쟁 구도도 서슴지 않고 만들고 있다. 과거 ‘아는 사람들만 아는 장점’을 가진 LG전자의 이미지와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인 셈이다.

구광모 회장의 대표적인 신사업 드라이브로 평가받는 전장 분야의 경우 아직 본격적인 자율주행 차량 보급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LG의 대표적인 신사업 포트폴리오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LG그룹
구광모 회장의 대표적인 신사업 드라이브로 평가받는 전장 분야의 경우 아직 본격적인 자율주행 차량 보급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LG의 대표적인 신사업 포트폴리오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LG그룹

◆ 적극적인 혁신에도 불구 여전히 아쉬운 부분 ‘꼬리표’처럼 남아있어

하지만 이런 체질 개선 행보에도 불구하고 LG전자와 LG그룹의 현재 포지션에 대한 시장의 비판 역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정리한 사업에 대한 공백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이전과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음에도 시장에서의 반응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청산 사업에 대한 공백은 역시 MC 사업부가 보유하고 있던 스마트폰 부문으로, 현재 AI 및 IoT 기기의 연결된 컨트롤러와 허브 역할을 LG전자의 스마트폰이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었음에도 현재는 구글 안드로이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최근까지도 보여주고 있다.

모처럼 실적 등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낸 미래 신사업 부문에서도 향후 지속적인 성과와 매출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이 불안정 요소로 지목됐다. 제품 렌탈 서비스 및 AI 기반 서비스는 그나마 지속해서 사용자와 매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대표적 신사업으로 분류되는 전장과 로봇 분야에 있어서는 LG의 노력뿐만 아니라 시장 자체의 변화 역시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당 신사업들의 경우 미래 먹거리로 예측하고 사업을 준비한 성격이 강해 시장이 빠르게 변화‧정착할 때까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마케팅의 성격과 구성 역시 지속해서 바꿔 나가고 있지만, 시장에 퍼져있는 LG전자의 이미지 개선 역시 크게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LG전자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상대적으로 올드하고 라이벌 위치에 있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MZ세대 사용자를 중심으로 직접 의견을 청취하고 마케팅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시장에서 인식되는 LG전자의 이미지가 크게 변하지는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백색 가전은 LG’라는 이미지가 오히려 ‘과거의 이미지 마케팅’이란 평가까지 나오면서 마케팅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구 회장의 지속적인 개편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LG는 이미지 쇄신이라는 큰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업의 대표 이미지에 ‘늙다’, ‘오래된’ 등의 키워드가 따라오고 있어 잠재적 사용자 확충을 위해서라도 이미지 개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LG그룹
구 회장의 지속적인 개편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LG는 이미지 쇄신이라는 큰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업의 대표 이미지에 ‘늙다’, ‘오래된’ 등의 키워드가 따라오고 있어 잠재적 사용자 확충을 위해서라도 이미지 개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LG그룹

◆ 지금은 ‘구광모 체제’ 가파른 도약 여부의 분기점

물론 구광모 회장의 전략은 전체적인 부분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공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신사업도 신사업이지만, 상대적으로 주춤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던 기존 사업들 역시 호실적을 기록하며 회장 취임 이후 안정적인 실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MC 사업부의 기술과 자금이 대거 전장 등 신사업에 집중되면서 초반에는 가전 등 LG전자의 핵심 사업에 대한 홀대론까지 언급되었지만, 2024년 현재 그룹 매출의 기틀 역할을 견고히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사업에 대한 관리 및 운용 역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였다.

여기에 가능성 있는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및 규모 확대 역시 그룹 성장에 있어 주목할 만한 점이라는 평가다. 단순히 신사업에 대한 투자와 연구에 그치지 않고, 신사업의 요소를 사업별로 결합해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성공하면서 그룹사 내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로봇과 AI 부문의 경우 스마트 팩토리로 대표되는 자율운행 운영 설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면서 B2B 시장을 겨냥한 막대한 가능성을 퍼포먼스로 선점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LG전자의 이미지는 회사가 이전까지 보유하고 있던 보수적인 이미지와 사업 행보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으며 형성된 족쇄와도 같다”며 “구광모 회상의 뚝심 있는 사업 개편 행보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그룹을 바꿔 나갈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취임 6년 동안 개편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개선된 점과 그러지 못한 점이 분명히 보이는 시기에 봉착했기 때문에 LG그룹이 지속해서 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분수령이 바로 지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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