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중금리대출, 전년 대비 43% 하락
취약차주 불법 사금융 내몰릴 가능성 ‘우려’

사진=저축은행중앙회 CI
사진=저축은행중앙회 CI

[이지경제=최희우 기자] 저축은행들이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에서의 대출마저 거부당한 차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이 취급한 민간 중금리 대출(사잇돌대출 제외)규모는 6조15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9%(4조6244억원)가 급감했다. 

민간 중금리 대출 취급 건수도 39만1506건으로 같은 기간 37.4%(23만4364건)가 줄었다. 민간 중금리 대출에서 취급하는 중·저신용자 비중도 줄었다.

2022년에는 저축은행 24곳에서 501~600점 신용자에게도 민간 중금리 대출을 취급했지만 지난해는 22곳으로 줄었다.

민간 중금리대출은 중·저신용자에게 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2016년부터 운영되는 제도다. 신용 하위 50% 차주를 대상으로 하며, 업권마다 금리상한을 두고 있다.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은 지난해 16.3%에서 17.5%로 상향 조정됐다.

반면 정책금융인 사잇돌 대출의 신규 취급액은 2022년 5956억원에서 지난해 1조2780억원까지 114.6% 늘었다. 사잇돌 대출은 SGI서울보증(서울보증보험)이 보증하는 중금리 정책보증상품이다. 

연체가 발생해도 SGI서울보증이 손실금액의 100%를 저축은행에 지급하기 때문에 저축은행으로썬 리스크가 현저히 낮다. 그만큼 수익성도 낮기 때문에 저축은행이 얻을 수 있는 마진도 거의 없다.

저축은행이 민간 중금리 대출을 축소한 이유는 조달금리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어 대출을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저축은행 79곳이 예금이자로 지출한 이자비용은 2022년 말 2조9177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3508억원으로 2조4331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출 이자로 벌어들인 이자 수익은 1조92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자로 벌어들인 돈 보다 나가는 돈이 더 커지면서 이자이익은 1조3411억원 급감했다.

건전성 악화도 대출 문턱이 좁아지는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 79개사의 평균 연체율은 6.55%로 작년(3.14%)보다 두 배가 뛰었다.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7.22%로 전년 말(4.08%) 대비 3.64% 포인트 올랐다. 중금리 대출을 공격적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 본격 금리 인하가 기대되지만 아직은 우량 차주를 위주로 대출을 내어주려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신용점수가 501~600점인 차주를 대상으로 신규 취급된 대출상품은 28개다. 작년 3월 39개에서 11개가 줄었다.

해당 기간 단순 평균 금리는 연 17.16%에서 연 17.55%까지 올랐다. 대출 규모는 줄어들고 금리는 더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당분간 중금리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하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이나 상각비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일반 은행들은 중금리 대출 시장에 참여하기 더 어려워졌다”며 “작년 기업대출 연체율이 올라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중·저신용자를 위한 자금공급 등의 역할을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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